‘3대 특검법’ 개정안 여야 합의가 하루 만에 뒤집히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투톱이 충돌했다. 책임론이 불거진 김병기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와 충분히 상의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하며 정청래 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정 대표는 의총에서 “당대표의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지만 강성 지지층까지 분열하는 모양새여서 여진이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11일 오전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은 수사 기간 연장이다.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협상이 된 것은 특검법의 원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의 뜻과도 다르기 때문에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특검법 수정 합의를 공개 질타하자 김 원내대표가 폭발했다.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협상을 주도한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낮 12시37분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히 소통했다”고 밝혔다. 협의 내용을 다 알고 있던 정 대표가 강성 지지층 반발에 뒤늦게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항의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어 국회에서도 정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진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정 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좋은 협상, 부족한 협상 다 있을 수 있다”며 “불협화음은 상대(국민의힘)에게 이로움만 준다. 앞으로 우리가 잘할 일만 생각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감정싸움을 자제하고 사태를 봉합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수사 기간을 15일 연장하기 위해 여야 협상 결과를 깨는 게 맞느냐”며 전날 협상 내용을 설명했다. 여야 합의안은 특검 수사 기간 추가 연장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내란 특검 수사 개시 시기를 특검이 임용된 날로부터 20일 이후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내란 특검이 임명 6일 만에 수사를 개시해 준비기간(20일)을 다 사용하지 않았으니 수사 기간 15일을 추가 확보해주기로 한 것이다. 1회 추가 연장 기한이 30일이었던 만큼 이를 삭제하고 합의안으로 처리하더라도 15일밖에 차이가 안 난다. 그런데 이를 번복하면서까지 시급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몇개월씩 늦춰도 되냐는 뜻이다.
김 원내대표는 “협상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며 “함부로 SNS 작업을 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여야 합의 내용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린 의원들에게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대표를 비롯해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 서영교 의원 등 SNS에 강성 메시지를 쏟아내는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추 위원장 등은 관련 내용을 전혀 공유받지 못했다며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조항들은 모두 배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수사 기간 연장과 인력 증원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날 야당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내란 재판 녹화 중계를 ‘조건부 허용’으로 바꿨고, 특검이 수사 기간 종료 이후에도 국가수사본부를 지휘하는 규정 등은 삭제했다. 논의 과정에서 정 대표가 “법사위나 당 정책위에서 수정안을 만드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자 김 원내대표는 “수정안을 만들어도 원내에서 하겠다”고 대응했다고 한다.
김판 김혜원 한웅희 성윤수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