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도 털렸다… “고객 5561명 유심 정보 유출”

입력 2025-09-11 18:50 수정 2025-09-11 20:57
김영섭(가운데) 대표를 비롯한 KT 경영진이 11일 서울 광화문 웨스트 사옥에서 고객 5561명의 유심 정보 유출과 소액결제 피해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날까지 최소 278명의 이용자가 1억7000여만원의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KT 고객 5500여명의 유심(USIM) 정보가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SK텔레콤 해킹 사고 약 5개월 만에 또다시 이동통신사 보안망이 뚫린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파장이 확산하자 “소액결제 해킹 사건 전모를 파악하고 사건 은폐·축소 의혹도 명확히 밝혀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KT는 11일 서울 광화문 웨스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용자 5561명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확인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브리핑에 참석해 개인정보 유출 정황이 없다고 단언한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영섭 KT 대표는 “최근 소액결제 피해 사고로 크나큰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사과드리고자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관계 당국과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며 모든 역량을 투입해 추가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피해 고객에게 100% 보상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KT 자체 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는 크게 두 갈래다. 우선 최소 278명의 고객에게서 1억7000여만원의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했다. KT 측은 “현재로서 소액결제 피해자가 더 나온다면 수십명 정도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용자 5561명의 가입자식별번호(IMSI)가 빠져나간 정황도 나왔다. IMSI는 가입자마다 부여된 고유번호로, 유심에 저장되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유출된 IMSI에 이름·생년월일·주민등록번호 등 다른 개인정보가 결합되면 복제폰 같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IMSI 역시 불법 기지국을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4세대 이동통신(LTE)망을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이 값을 기지국으로 전송해 망에 접속하는데, 이 경로에 설치된 불법 초소형 기지국이 IMSI를 함께 수신한 것으로 KT는 보고 있다.

KT는 금전적 피해에 대해 100% 보상하고, 불법 기지국 신호 수신 이력이 있는 1만9000여명의 유심을 무료로 교체해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발생 초기의 대응, 사고 수습 과정에서의 늑장 대처 등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7일 경기도 광명에서 첫 피해 신고가 접수된 이후 유사 사건 접수가 이어지자 지난 1일 KT 측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KT가 비정상 소액결제 차단 등 조치에 나선 건 지난 5일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