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26% 금리 인하 영향… 경기 활성화 효과 충분치 않아”

입력 2025-09-11 18:57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 인하된 기준금리가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반면 금리 인하 당시 기대한 소비·투자 진작과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극심했던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묻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11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상반기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보고서는 “공급 부족 우려가 큰 상황에서 완화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지속되고, 대출 금리도 하락하면서 주택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분의 약 26%가 금리 인하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나머지 74%는 향후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기대심리, 거시 건전성 정책(규제), 향후 2년간 입주물량 등 금리 외 요소로 상승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2.5%까지 낮췄다. 인하 이후 서울 부동산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6월에만 전월 대비 1.44% 치솟았다. 2018년 9월(1.84%) 이후 6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같은 달에만 6조2000억원 증가해 과열 조짐을 보였다.

반면 금리 인하의 목적이던 경기 대응은 아직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 금리 인하기를 짓누른 대내외적 불확실성 탓에 민간 경기는 충분히 빠르게 살아나지 않았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경제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기 때문에 금리 민감도가 저하되고, 이에 따라 금리 인하 효과가 이연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반기 이후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이연된 효과를 포함해 금리 인하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도는 올해(0.9%)와 내년도(1.6%)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감안할 때 성장률 하방 압력을 낮추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다음 달 2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와 그 뒤의 인하 속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한은은 정부의 6·27 대책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면서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 열기가 다소 진정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서울지역 고가 아파트 상승세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달 넷째 주 서울시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연율 기준 4.5%로 집계돼 여전히 평년 수준을 한참 웃돌았다. 특히 송파(11.0%)·성동(10.6%)·서초(6.9%)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6·27 대책의 효과가 점차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다만 한은은 최근 정부가 추가로 내놓은 9·7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부총재보는 “(대책의) 시장 안정 효과가 얼마나 큰지는 적기 시행과 시장의 반응 등에 영향을 받으므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