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지우기’ 연작 최병소 작가 별세

입력 2025-09-12 01:57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최병소 작가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중앙대 전신인 서라벌예대 서양화과와 계명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고인은 1970년대 후반 고향 대구에서 이강소, 김구림 등과 대구현대미술제를 여는 등 대구 현대미술운동의 구심점으로 활동했다. 이후 세탁소 옷걸이, 의자 등 일상에서 가져온 재료를 활용한 설치 작업과 행위 예술로 한국 모더니즘 미술에 큰 족적을 남겼다. 특히 신문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연필과 볼펜으로 새까맣게 칠하는 ‘신문 지우기’ 연작으로 유명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유신이 공표되고 언론의 자유가 탄압받던 시기에 저항 행위로 시작된 작업이었다. 작가는 생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이는 나를 지우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2023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한국 실험미술 1960~1970’전에도 초청받아 해외에서도 조명받았다. 지난 4월 우손갤러리 서울에서 마지막 개인전 ‘최병소: 무제’를 열었다. 빈소는 대구 영남대학교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 부인 류향하씨와 1남 2녀가 있다. 발인은 13일 오전 9시 30분.

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