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새만금신공항 건설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공항 건설 시 항공기의 조류 충돌 사고 위험이 크고,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심 판결대로라면 애초 목표였던 2029년 개항은 물론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는 11일 김연태씨 등 1297명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자격을 인정한 3명에 대해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항이 계획대로 건설될 경우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사업타당성평가 과정에서 후보지들의 조류 충돌 위험이 입지 선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정 입지에 공항 건설 시 ‘19년에 한 번꼴로 치명적인 기체손실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왔음에도 사업을 추진한 국토부가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해 입지를 결정했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국토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만금신공항의 연간 예상 조류 충돌횟수는 최대 45.93회(반경 13㎞ 기준)로 무안(0.07회)의 656배, 인천(3.00회)의 15배에 달한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신공항 부지와 조류의 서식 환경·규모가 유사하다고 주장한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항 부지의 환경 보전 가치가 높음에도 국토부가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할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판결의 한 근거가 됐다. 공항 부지인 수라갯벌에는 현재 저어새·도요새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60여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약 7㎞ 떨어진 곳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이 있다. 재판부는 “기본계획 다음 단계부터는 입지 변경이 불가능한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만금신공항은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만금 부지 34㎢에 활주로·계류장·여객터미널·화물터미널 등을 갖춘 국제공항을 짓는 국책사업으로 오는 11월 착공 예정이었다. 총사업비 8077억원을 투입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했지만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기본계획부터 수정해야 한다.
사업 백지화를 주장해 온 시민 소송인단은 판결을 환영했다. 2022년 9월 사업 취소 소송을 낸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판결 직후 “예전의 개발 방식으로 이 세상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게 오늘 법원의 판단”이라며 “이재명정부는 신공항 정책을 백지화하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추후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판결 확정 전까지는 현행 기본계획이 유효해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형우 전북도 건설교통국장은 “최종 판결이 아닌 만큼 절차상 11월 착공은 가능하겠지만 (원고 측이 착공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세종=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