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중국 전승절 80주년 계기 방중에 동행한 데 대해 “세습을 염두에 둔 하나의 서사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주애에게 해외 경험을 쌓게 하고, 공개행사장에는 부분적으로 등장하게 해서 유력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진 측면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말했다.
북한은 주애의 생체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정원은 “방중 기간 북한대사관에 머물며 외부 출입을 자제했고, 귀국 시에도 전용 열차에 미리 탑승해 언론 노출을 회피했다”며 “특별기를 통한 행사물자, 폐기물 운송 정황도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이 주장한 ‘숨겨진 아들 유학설’ 등에 대해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이 의원은 “주애 외의 자녀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그 자녀가 장애를 갖고 있거나 혹은 유학을 가 있거나 하는 여러 설이 있지만 (국정원은) 유력하게 보지 않는다”며 “특히 유학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드러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북·중·러 3국 간 연대를 과시하는 그림을 충분히 발신해 정상국가 지도자 모습을 연출했고, 푸틴에 준하는 중국 측 파격 예우를 받으면서 중국·러시아와 함께 북한이 다극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걸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다만 “북·중·러가 연대의 모습을 보였지만 구체적인 정책 협의 플랫폼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북·중, 북·러 회담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에서 시진핑 주석보다 앞서 걷는다거나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의 행동을 따라 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분석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