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후속 협상… 합리성·공정성 벗어난 협상 않을 것”

입력 2025-09-11 18:44 수정 2025-09-11 20:58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북한은 체제 위협의 핵심을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보기에 북·미 관계를 남북 관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남북 관계는 남한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 안정을 남북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꼽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가 열리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며 “그래서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주도할 필요는 없다. 환경을 조성하겠다.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 안정 확보에 더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또 “그들(북한) 입장에서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가 무슨 (중요성이 있나). 북·미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작은 조치들을 계속하며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며 “지금 통일 얘기를 하는 건 바보 같은 소리다. 그전에 평화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와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을 언급하며 “제재 일변도로 북한 문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 건너갔다는 신호였다”고 말했다. 이어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후 20년 동안 국제사회는 유엔을 중심으로 10차례 넘는 제재를 가했고 압박과 봉쇄를 통해 비핵화를 이루려고 했지만 그 제재 일변도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며 “정세가 바뀐 만큼 지금은 외교의 시간이 도래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우리 정부가 노력하겠지만 일본 정부도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도록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 미국이 잘 의사소통하며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전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일 간 경제 분야의 새 협력 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일 협력은) 일본에도, 대한민국에도, 넓게 보면 동북아시아 안정에도 필요하다”며 “그게 가능해지려면 협력 가능한 부분에 대해 서로 여지를 두고 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영토 문제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되, 역사 갈등에 매몰되지 않고 경제 협력을 중시하겠다는 기존의 실용주의 접근 전략을 강조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또 미국과의 후속 관세 협상에 대해선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참 더 협상해야겠지만 미국의 일방적 관세 증액에 최대한 방어하러 간 것”이라며 “사인 못 했다고 비난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협상 표면에 드러난 것들은 거칠고 과격할 수 있지만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박준상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