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CEO 만난 금감원장 “이용자 보호 신경써달라”

입력 2025-09-12 00:19
사진=연합뉴스

이찬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네이버 등 국내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이용자 보호를 중시해달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장이 빅테크 CEO들을 모아 간담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주요 빅테크는 ‘페이’ 서비스를 중심으로 금융업에 발을 걸치고 있는데 최근 금융권이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에 IT 업계도 발을 맞추도록 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네이버 스퀘어 역삼에서 이 회사와 카카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다섯 곳 CEO 및 소상공인연합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모두 발언을 통해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플랫폼 운영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높여달라”며 “플랫폼에 수반되는 전자 금융 거래의 이용자를 보호하는 데 신경 써달라”고 말했다.

그는 2024년 호주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엔시피티케이션’(enshittifi cation)도 언급했다. 사업 초기 이용자 친화적 서비스를 내세워 성장한 플랫폼이 이후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서비스 품질이 낮아져 이용자를 잃게 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 원장은 특히 알고리즘 편향으로 소비자 권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감원이 지난 3월 실시한 온라인 대출 플랫폼 점검에서 중개 수수료가 높은 상품이 우선 노출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면서 “알고리즘이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 진정한 혁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을 더 도와달라는 당부도 했다. 이 원장은 “빅테크가 소상공인의 든든한 조력자가 돼달라”면서 “소상공인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신속한 대금 정산, 가맹점 지원 확대 등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사이버 침해(해킹) 사고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달라고도 주문했다. 그는 “빅테크의 해킹 사고는 막대한 국민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CEO가 책임지고 최고 수준의 보안 체계를 갖추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