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이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절차를 시작했다. 엔데믹 이후 실적이 쪼그라들면서 조직 효율화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마지막 수단을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연일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그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증권은 전날 일부 직원을 선별해 권고사직을 권유했다. 권고사직은 직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퇴사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유진증권은 최근 외부 경영 자문 업체의 경영 진단을 받았다. 진단 내용에는 인력을 감축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증권 관계자는 “회사 중장기 사업 전략과 그간 조직의 사업 성과 등을 고려해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가 활황이지만 유진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가 처한 상황은 쉽지 않다. 중소형 증권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유동성 장세에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조직의 규모를 점차 확대했다. 하지만 팬데믹 종료 이후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유진증권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58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적자를 낸 다른 중소형 증권사 IM증권은 희망퇴직과 지점 통폐합을 동시에 진행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했다.
반면 대형 증권사는 기업금융(IB)과 리테일 등 전 사업 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형사 실적이 성장할수록 중소형 증권사는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좁아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정책도 증권사의 대형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중소형 증권사는 고민이 깊다. 최근 금융 당국 심사가 진행 중인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등 신규사업은 대형 증권사의 자금 조달을 쉽게 하는 새로운 먹거리다. 반면 중소형사를 위한 육성책은 없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실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유진증권의 권고사직과 같은 구조조정 움직임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장은 “정부가 대형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증자 여력도 중소형사는 대형사에 비교해 많지 않아 앞으로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