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정부의 소셜미디어 차단으로 촉발된 ‘Z세대’ 중심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정국 혼란이 극심한 가운데 래퍼 출신의 발렌드라 샤(35·사진) 카트만두 시장이 차기 정부를 이끌 인물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기성 원로 정치인들이 장악한 네팔 정치권에서 이례적으로 젊은 선출직 공무원인 샤 시장이 젊은 세대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22년 무소속으로 시장에 당선된 그는 기성 정당 체제를 흔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번 시위를 줄곧 지지했고, 지난 9일 사임한 샤르마 올리 총리를 향해 “자식 잃는 아픔을 모르는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다.
샤 시장은 전직 래퍼이자 작곡가, 구조공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2020년 정부 부패와 사회 불의를 비판한 곡 ‘발리단’(희생)을 발표하며 인기를 얻었다. 이력만큼이나 스타일도 독특하다. 짙은 수염, 어두운 재킷, 검은 선글라스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사립학교 탈세를 단속하고 보행자 인프라 개선에도 힘을 쏟는 등 시장으로서 행정 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23년 시사지 타임은 그를 주목할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 선정했다.
이날 시위대 대표들은 군 관계자들과 과도기 지도자 선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네팔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을 지낸 수실라 카르키(73)가 임시 정부 수장으로 거론됐다. 젊은 시위대는 샤 시장을 지지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샤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카르키 전 대법원장의 지혜와 단합의 리더십을 존중한다”며 “그가 임시 정부를 이끄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