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경제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가 드러났고 정책 추진에 있어서 유연성도 엿보였다. 이 대통령은 남은 4년 9개월을 ‘도약과 성장의 시간’으로 규정했으며 어려움이 많지만 경제만큼은 꼭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반면 협치나 제1야당에 대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많이 아쉬웠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에 몰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흐르게 해 금융시장 회복과 기업 투자, 벤처 스타트업 활성화 등으로 선순환시키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이를 ‘생산적 금융’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주식시장을 정상화해야 하며 특히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원금까지 몰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런 의지는 금융시장 활성화에 긍정적 시그널을 주고 또 그럴 필요성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여권에서 연일 코스피지수 자랑만 하는 등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 주식시장에 과하게 쏠려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경계할 필요도 있다.
이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서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할 뜻을 밝힌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검찰개혁에 대해 개혁으로 인한 폐해가 생기지 않게끔 정부가 주도해 여야, 검찰, 피해자, 전문가 의견을 다 들어서 치밀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언론중재법안도 악의적인 가짜 뉴스 등으로 규제 범위를 최소화하고 과실 보도에 대해선 징벌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방침도 거둬들이고, 상속세 인하와 관련 우선 배우자 공제 금액은 올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침이 대통령의 의지에만 머물러선 안 되고 법을 만드는 여당에도 전해져 실제 입법에 반영돼야 한다.
반면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반대해온 ‘더 센 특검법’, 내란특별재판부, 상법 개정 등에 대해선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런 사안들 역시 야당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하기보다 추가적인 여야 협상과 보다 폭넓은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뜻을 비쳤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회견 앞머리에서 “국민 모두를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에 따라 통합의 정치와 행정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는데, 지금보다 야당의 존재를 더 인정해주고 때론 야당의 요구도 전폭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임기에는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실용주의적 국정철학이 발휘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