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훈, 8명 조력자 통해 55일간 도피

입력 2025-09-11 18:51
경찰에 체포된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이 11일 마스크에 모자를 쓴 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압송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주가를 조작해 약 36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은 지난 10일 55일간의 도주 끝에 체포된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8명의 조력자 도움을 받아 전국 각지로 은신처를 옮겨가며 그간 특검 추적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마지막 은신처였던 목포의 한 빌라촌에서 택배를 찾으러 나왔다가 잠복 중이던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의해 검거됐다. 은신처에서는 휴대전화 5대, 데이터 에그 8대, 데이터 전용 유심 7개가 나왔다. 특검은 조력자 8명을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11일 브리핑에서 “특검은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공조해 통신 및 계좌거래 내역 분석, 주변인 탐문 등 철저한 추적 수사 끝에 목포 옥암동 소재 빌라촌에서 은거 중인 이기훈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주가조작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7월 17일 열린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아무런 설명 없이 불출석한 뒤 도주했다.

이 부회장은 가평→목포→울진→충남→목포→하동→목포 순으로 은신처를 옮겼다고 한다. 주로 지역 내 펜션을 전전했고, 마지막 은신처였던 목포 빌라촌에서는 단기 임대 계약을 체결해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력자 8명이 이 부회장의 도피를 도왔는데, 이 부회장이 이들의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등 흔적을 남기지 않아 특검과 형사기동대는 추적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2009년에도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받던 중 도주했다가 3주 만에 붙잡힌 전력이 있다.

특검은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 부회장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전·현직 임원들과 함께 2023년 5~9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나설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이는 방식으로 삼부토건 주가를 조작, 369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은 이날 통일교 세계본부 5개 지구 등 7곳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통일교뿐만 아니라 유관 단체인 천주평화연합의 전국 지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가 2022년 대선과 2023년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원 가입을 조직적으로 유도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차민주 박재현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