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청년 활동가, 연설 중 총격 피살… 미 전역 경악

입력 2025-09-11 18:35 수정 2025-09-11 18:39
미국의 보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가 10일(현지시간) 유타주 오렘의 유타밸리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총격을 당하기 직전 모습이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아이콘인 찰리 커크(31)가 10일(현지시간)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대낮 대학 캠퍼스에서 유명 인사가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미국 전역이 경악하는 모습이다. 특히 상대 진영을 증오하는 극단화된 정치가 폭력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커크는 이날 유타주에 있는 유타밸리대학 행사에 참석해 청중과 문답을 하던 도중 총에 맞고 쓰러졌다. 총성이 울렸을 때 커크는 휘청하더니 오른손으로 목을 감싸면서 넘어졌다.

커크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얼마 뒤 사망했다. 용의자는 180m 정도 떨어진 곳 옥상에서 총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아직 용의자를 뒤쫓고 있다. 애초 현장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인물이 나왔지만 용의자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커크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수차례 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위대한, 전설적인 찰리 커크가 죽었다”며 “그는 모두에게, 특히 나에게 사랑받고 존경받았다”고 적었다. 또 “커크를 위해 우리 모두 기도해야 한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훌륭한 사람”이라고 썼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영상에서 커크에 대해 “진실과 자유를 위한 순교자”라며 “수년간 급진 좌파는 찰리와 같은 훌륭한 미국인들을 나치와 세계 최악의 대량 학살자, 범죄자들에 비교해 왔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오는 14일까지 커크를 추모하기 위한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엑스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은 우리나라에 있을 곳이 없다. 당장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이번 행위를 강력히 비난한다”며 “우리 모두는 이것이 더 많은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커크는 18세였던 2012년 보수주의 정치운동 ‘티파티’ 활동가 윌리엄 몽고메리와 함께 ‘터닝포인트 USA’를 설립했다. 2020년에는 ‘마가 독트린’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보수 기독교인인 커크는 미국 내 젊은 세대에서 강경한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트럼프 1기 때부터 측근으로 활동하며 트럼프가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내각 인선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열린 보수 행사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극단적인 정치 문화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중 총에 맞았고, 올해 4월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관저에 방화 시도가 있었다. 또 6월 미네소타주에선 민주당 주의원 부부가 총격으로 희생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