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기인사가 한 달가량 늦어지면서 인사 지연 배경에 대한 추측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민생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통상 경찰 하반기 인사는 매년 7~8월 고위직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치안정감·치안감 승진 인사가 난 지 1~2주 뒤 경무관, 총경 등의 전보 인사가 진행되는 식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9월 중반에 접어드는 시점인데도 고위직 인사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승진 후보자들이 인사 검증 동의서를 제출한 지는 이미 한 달 가까이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간관리자와 일선 경찰들의 인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경찰청은 11일 기준 총경급 경찰관들로부터 인사 지망을 적는 인사내신서 역시 취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총경은 “인사가 예년에 비해 굉장히 늦어지는 것”이라며 “복도통신만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총경은 “지난 정부 블랙리스트로 찍혀 불이익을 받은 총경들의 인사를 두고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고위직 인사 지연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표에 따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개정안이 검찰청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만큼 추후 경찰 수사 조직과 인사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경찰 고위직 승진 대상자를 두고 인사권자들 간 의견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있다.
이유가 어찌됐든 인사 불확실성이 경찰 조직에 필수적인 일사불란한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이스피싱, 교제폭력 등 민생 침해 범죄가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서대문 초등학생 납치 미수 사건의 경우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논란이 됐다. 서울의 한 서장급 간부는 “인사라는 게 설만 돌고 실제 나오지 않으면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