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서 구금된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귀국이 10일(현지시간)에서 11일로 하루 연기된 과정에는 수갑 착용 문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잔류’ 돌발 제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금시설에서 가슴 졸이던 한국 노동자들은 귀국길에 오르기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외교부 현장대책반은 조지아주 포크스턴 구금시설에서 공항 이동을 준비하던 9일 오후 10시쯤 구금시설 측으로부터 귀국 절차 중단을 통보받았다. 구금된 직원들이 이미 수용복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입던 와중이었다. 대한항공 전세기도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한 상태였다. 구금시설 측은 ‘위에서 내린 지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연 이유는 ‘미국 측 사정’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 사정에 대해 “버스로 이동해 비행기에 탈 때까지는 미국 영토이고 미국 영토 내에서는 체포된 상태이니 수갑을 채워 이송하겠다고 해서 우리는 절대 안 된다고 밀고 당기는 와중에 (직원들에게) 소지품을 돌려주다가 중단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자유롭게 돌아가게 해라. 그러나 가기 싫은 사람은 안 가도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가 있어 일단 중단하고 행정절차를 바꾸느라 그랬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수갑 착용 여부를 놓고 한·미 당국 간 논의가 진행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 요구를 수용했고, 미국에 남아줄 수 있겠느냐는 돌발 제안도 하면서 절차가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숙련 인력이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미국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 아니면 귀국하는 방안에 대한 한국 입장을 알기 위해 귀국 절차를 일단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내용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10일 오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면담에서 설명을 들었다.
조 장관은 한국 국민이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한국으로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일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미국 측은 이를 수용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인들이 계속 (미국에 남아) 일하게 해주겠다고 한 건 불이익이 없게 해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우리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귀국길에 오른 한국 노동자들은 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인 만큼 재입국 등에 불이익은 전혀 없고, 이를 루비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전하며 약속했다는 게 한국 정부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비자가 만료된다면 다시 받아야겠지만 만료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돌아간다면 비자가 유효할 수도 있고 그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이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대원칙을 밝힌 만큼 재입국 과정에서 불이익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구금 기록 등도 남기지 않으리라는 것이 한국 정부의 기대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나성원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