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수해’ 이중재난 산청군, ‘회복과 성장’ 걸고 다시 뛴다

입력 2025-09-15 02:18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 전체가 지난 7월 극한호우로 주저 앉아있다. 산청군 제공

경남 산청군 주민들에게 2025년은 ‘고난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봄 발생한 대형산불로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겨우 추스를 만 하자 여름 집중호우로 주민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례 없는 이중 재난에 망연자실했던 산청군은 ‘회복과 성장’을 구호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산청군은 극한호우 피해에 대해 공공시설 5678억원, 사유시설 419억원, 위로금 265억원 등 총 6362억원(국비 5516억원, 지방비 846억원)을 복구비로 편성하고 정부와 협력해 원상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피해 주민들에게 기존 정부 기준보다 대폭 상향된 재난지원금 684억원을 실질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됐고, 농업·임업·축산 등 분야별 보상을 확대하면서 상처받은 민심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재해 재발을 막기 위한 지구단위종합복구 및 구조적 개선복구를 병행한다. 마을 전체가 통째 로 주저앉아 버린 상능마을은 대규모 땅밀림으로 주거지 기능을 상실해 305억원을 들여 새 부지 약 1만5000㎡에 13세대 16명이 살아갈 이주단지를 조성한다.

산사태 복구 시 사면 안정화 등 구조적 보완을 중심으로 재해 재발을 막는 예방형 복구를 추진하고 단순 복원이 아닌 항구적 안전시설 확충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산청 3경 남사예담촌'에 있는 부부 회화나무 골목 모습. 산청군은 올해 닥친 이중 재난을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회복과 성장'을 구호로 다시 뛰고 있다. 산청군 제공

산청군은 산과 물, 사람이 맑아 삼청(三淸)이라 불렸다. 지리산 정기를 품은 1000여종의 약초가 자생하는 한반도 제일의 한방약초의 고장이다. 가야시대 황실 휴·요양지로 이름을 날렸고, 조선시대에는 왕실에 28종의 명품 약초를 진상한 곳이자 수 많은 명의들이 활동한 한의약의 본고장이다.

군은 이를 밑천으로 ‘관광산청’의 저력을 되살려 재난 상처를 딛고 일어선다는 각오다. 대형산불과 극한호우에도 산청의 자부심인 천혜의 관광자원은 그대로다. 산청9경은 언제 찾아도 방문객을 반기며 치유와 감동을 선사한다.

지리산을 품고 있는 산청의 ‘9경’은 지리산 천왕봉, 대원사 계곡, 황매산 철쭉, 구형왕릉, 경호강 비경, 남사예담촌, 남명조식유적지, 정취암 조망, 동의보감촌이다.

천왕봉은 지리산 제일봉이며 남한에서 두 번째 높은 봉우리다. 20개 넘는 산봉우리와 끝없이 뻗은 산맥, 산에서 발원하는 강이 한눈에 굽어 보여 지금도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찾는다.

지리산 등산로 초입 대원사 계곡은 시리도록 맑은 계곡물 소리, 울창한 금강 소나무숲의 바람 소리, 산새 소리를 사시사철 느낄 수 있고 가을 단풍도 일품이다.

남사예담촌은 각종 조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가보고 싶은 마을로 손꼽히는 산청의 자랑이다. ‘남사예담촌’을 풀이하면 옛 담 마을이라는 뜻이고, 담장 너머 옛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닮아가자는 의미다. 부부 회화나무라는 별칭이 붙은 신비로운 회화나무가 명물이다.

왕산과 필봉산 정상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한방을 테마로 조성한 동의보감촌은 세계적 휴양관광지가 됐다.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와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 국제행사를 성공 개최하면서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산청군은 ‘관광 산청’ 위상 되찾기와 함께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 집행을 한층 심화시키는 데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상하수도 기반 확충, 교통복지 확대, 취약계층 생활 지원, 공공의료·보육 인프라 강화 등 전방위 분야에서 군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들을 펼친다. 재난 상황에서 묵묵히 협조하고 어려움을 감내한 군민들에 대한 보답을 실질적 혜택으로 돌려줄 방침이다.

이승화 산청군수
가능한 모든 자원 투입, 군민들 무너진 일상 회복


이승화 산청군수는 1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난 수습,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더불어 생활 환경 개선, 공공의료 등의 인프라 강화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화마와 수마 피해가 겹쳤다. 군수로서 아프고 고통스러웠을 것.

"지난 3월 대형산불과 7월 극한호우로 산청군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재난으로 마음은 아프지만 고통을 느낄 새 없이 군민들의 조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인명과 재산피해 최소화를 위한 신속대응체계 구축은 물론 항구적인 방재시설 확충과 취약지역 보강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군민 일상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

-현안 및 역점사업도 소홀할 수 없을 것.

"상하수도 기반 확충, 취약계층 생활 지원, 공공의료·보육 인프라 강화 등 군민이 체감하는 정책 집행을 한층 더 강화해 주민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재난 상황 속에서도 군민 숙원 해결을 위해 올해 중앙부처와 국회를 수 차례 방문해 현안 사업의 당위성과 필요성, 군민들의 열망을 설명했고, 내년 추진하는 주요 10개 사업이 국비(26억8300만원)에 반영되는 결실을 맺었다."

-군수로서 그리는 산청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2023 산청엑스포 성공 개최, 경남권 지리산케이블카 산청군 단일노선 확정, 농·특산물 수출 3년 연속 최고 실적, 2년 연속 국내 여름휴가 여행만족도 조사 최상위권, 2025 여행자·현지인의 국내여행지 평가 및 추천 조사 5개 분야 상위권, 항노화산업단지 분양률 30% 달성 등 그동안 많은 성과를 이뤘다. 대형산불과 극한호우로 무너진 일상과 삶을 회복하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살고 싶은 산청, 머물고 싶은 산청'을 만들겠다."

산청=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