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세상의 해답인지 고민된다면

입력 2025-09-12 03:06

본래 ‘비판 이론’은 카를 마르크스에게 뿌리를 둔 이론이자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를 중심으로 펼쳐진 문화 운동이다. 사회 전체 구조와 문화, 권위 및 이념 등을 분석해 인간을 해방하고 궁극적으로 사회를 변혁하려는 이론이다. 종교적 절대 진리를 믿는 성경도 비판적 시각으로 본다.

철학과 신학의 조화를 늘 고민해온 저자는 이 비판 이론이란 도구와 성경으로 세상의 모순을 드러낸다. 이 작업의 결과가 ‘성경적 비판 이론’(IVP)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한 단어는 ‘대각선화’(diagonalization)다. 성경과 동떨어진 세상의 모든 사상은 극단적 이원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하나님에게 멀어진 인간의 지성은 그분의 관점으로 세상을 연결할 수 없다. 오늘날처럼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의 양극단에는 공동체주의와 전체주의가 있다. 공동체주의는 가족이나 혈연 등으로 맺어진 단체의 의견이 중요하기에 개인의 의견이 묵살될 때가 적잖다. 허나 개인주의는 단체의 바람과 상관없이 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세상이 말하는 사상은 개인주의 혹은 공동체주의로, 극단적 이원론 중 하나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두 극단으로 흐를 뿐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순 없다.

대각선화는 진리의 파편인 양쪽 모두를 아우르면서도 하나님의 관점을 회복한 개념이다. 왜 사람은 함께 있길 원하면서도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것일까. 저자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각 위격의 개별성을 지니고 있지만, 연합된 존재임을 알려준다. 결국 해답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다. 각 개인의 고유성을 확보하면서도 공동체로 하나 되는 삼위일체의 원형을 회복할 때 기독교는 세상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저자는 교리를 바탕으로 세상의 여러 사상이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에 속 시원히 답한다. 하나님보다 더 높아진 각각의 이론을 평가하며 결국 가장 좋은 해답이 성경에 있음을 증명해낸다. 창조로 시작하는 기독교 교리가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열쇠가 될 수 있는지도 설명한다. 성경은 일종의 거울로 개인의 삶을 돌아보게 돕는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의 역할도 한다.

성경적 비판 이론은 성경으로 세상을 해석해 그 속의 모순을 드러내며 성경적 해답도 제시하는 일종의 관점이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어떻게 복음을 전할지 고민인가. 이 책이 복음을 전하는 가장 좋은 도구가 돼 줄 것이다.

고상섭 목사(그사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