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는 니콜라(Nicolas qui paie)’. 이 불어 문장을 의역하면 니콜라가 독박을 썼다는 뜻으로 요즘 재정절벽 앞에 선 프랑스를 달구는 표현이다. 한국의 ‘철수’처럼 니콜라는 1980년대에 태어난 프랑스 남성들에게 흔한 이름으로 평범한 중산층을 상징한다. 2020년 온라인 밈에서 시작된 ‘돈 내는 니콜라’라는 표현은, 머리를 감싸 쥔 30대 직장인 니콜라가 70대 부부의 크루즈 여행, 20대 중동계 이민의 복지, 그리고 아프리카 개발 원조 비용까지 떠안고 있다는 풍자로 등장했다. 처음엔 극우적이고 인종차별적 뉘앙스가 담겼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지금은 프랑스 젊은이들의 불만을 집약한 문구로 자리 잡았다. 올해에만 관련 댓글이 50만건 넘게 쏟아졌다.
니콜라들은 울부짖는다. “집도 없는 우리는 열심히 일하지만, 부자도 아닌데 부자 취급을 받으며 소득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 그 돈은 내가 받아본 적 없는 의료·주거 보조금으로 빠져나간다.” ‘니콜라의 분노’는 나랏빚이 GDP의 110%를 넘어 1초에 5000유로(813만원)씩 늘어날 정도로 재정난에 처한 프랑스 정국을 파고들었다. 급기야 긴축안을 내세운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마저 불신임당했다. 1년 사이 3번째 총리 하차다. 공휴일을 줄이자는 제안마저 국민 84%가 거부할 만큼 프랑스는 복지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니콜라 밈이 미국·영국 등에도 퍼져 Henry(High Earners, Not Rich Yet)들의 분노도 들끓는 중이다.
우리도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이재명정부 첫 예산안을 보면 선심성 복지 투성이다. 아동수당 확대, 소멸지역 기본소득과 직장인 점심값 보조, 주 4.5일제 장려금, 지역 화폐 지원…. 한 번 시행하면 멈추기 어려운 것들이다. 특정 지역만 지급한다고 해도 다른 지역의 형평성 요구가 터져 나오면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더 걱정스러운 건 정부 조직 개편안에 예산 기능을 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안이 포함돼 복지 중독이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부디 그 청구서가 ‘철수’들에게 배달되지 않도록 요행을 바랄 뿐이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