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2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가 선두 경쟁 못지않은 선발진 자존심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두 팀 모두 시즌 내내 탄탄한 선발 마운드를 자랑하며 수십 년 만에 구단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LG 손주영은 10일 펼쳐진 2025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선보이며 승리를 따냈다. LG는 초반 0-3으로 끌려갔지만 4회 오지환의 적시 2루타로 추격을 시작했고 5회에만 6득점 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손주영은 5전 6기 끝에 짜릿한 역전승으로 생애 첫 시즌 10승(6패)을 달성했다.
한 팀에서 선발 10승 투수 4명 이상이 나온 건 역대 시즌을 통틀어서 이번이 9번째다. LG 구단만 놓고 보면 1994년 이후 31년 만에 세운 진기록이다. 당시 LG는 이상훈(18승), 김태원(16승), 정삼흠(15승), 인현배(10승)가 나란히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올해는 앞서 요니 치리노스(12승)와 임찬규(11승), 송승기(10승)가 차례로 10승을 돌파했고, 손주영이 마지막으로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승리로 LG는 롯데 자이언츠를 꺾은 한화를 뒤로하고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11로 줄였다.
한화 역시 LG에 뒤지지 않는 선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라이언 와이스(한화)는 전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6이닝 1실점 퀄리티스타트 투구로 시즌 15번째 승리를 작성했다. 팀 동료 코디 폰세(16승)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15승 고지를 밟았다.
폰세와 와이스는 2018년 키버스 샘슨이 세웠던 한화 외국인 투수 단일 시즌 최다승(13승)을 경신했다. 구단 역대 다섯 번째 ‘15승 듀오’로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이 함께 15승을 거둔 건 처음이다. 앞서 1989년(이상군·한희민), 1996년(구대성·송진우), 1999년(정민철·송진우), 2006년(류현진·문동환)까지 네 번밖에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역대급 외인 원투펀치로 꼽힌다. 외국인 투수가 동시에 15승 이상을 이룬 건 2016년 두산 베어스(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 2018년 두산(세스 후랭코프·조쉬 린드블럼), 2022년 LG 트윈스(케이시 켈리·아담 플럿코)까지 단 세 차례뿐이다.
이제 시선은 다승왕 경쟁으로 쏠린다. 현재까지 리그에서 15승을 올린 투수는 폰세와 와이스뿐이다. 둘 중 한 명이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한화는 2006년 류현진 이후 19년 만에 다승왕을 배출하게 된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