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깨달은 잔잔한 세상살이

입력 2025-09-12 02:01

신문사 기자 생활 28년 차, 새벽 수영은 11년째다. 제자리에서 버둥대고 있다고 느끼던 어느 날, 저자는 집 근처 수영장을 무작정 찾았다. “살면서 쌓은 울타리의 한 귀퉁이라도 무너뜨려 보자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여전히 수영에서도 일상에서도 허우적대고 있지만 그래도 물에 뛰어드는 순간만큼은 시답잖은 일상도, 후줄근한 세상살이도 말끔히 잊는다”고 말한다.

책은 ‘수영하는 일상’과 ‘버티는 마음’에 대한 담담한 기록이다. 여전히 느리고, 숨이 차지만 그는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실력이 늘지 않아도 계속하면 된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물에 몸을 맡기고 오직 숨쉬기만을 생각하면 어느새 물살을 타는 나를 발견한다. 욕심을 버리면 속도가 따라온다”면서 “내어주는 만큼 돌아온다는 걸 인정하면 수영은 즐겁다”고 고백한다. 초심자의 낯섦과 두려움, 레인 순번의 미묘한 신경전, 수영장의 냄새까지. 수영인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재미를 더한다. 수영인에게는 친근한 동료의 기록, 초보자에겐 따듯한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