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 조항 삭제” 野 요구 수용… 특검법·금감위 주고받기

입력 2025-09-10 18:56 수정 2025-09-11 00:13
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3대 특검법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 수위를 낮추기로 합의한 건 오는 25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의 시급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재명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핵심 사항 중 하나인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려면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관련 법 제·개정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해당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의원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했던 ‘수사기한 연장’ 조항을 민주당이 삭제키로 하면서 양측이 절충점을 찾았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특검법 개정안 중 ‘특검 기간 종료 후 미종결 사건의 국수본 인계’ 조항에 대해 특히 우려를 표해왔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특검은 수사시간 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 사건을 국수본으로 이첩하면서 지휘권까지 갖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해진 특검 기한에 더해 무기한으로 수사를 가능하게 열어주는 독소 조항이라고 반발했다. 사실상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수사를 이어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2020년 문재인정부의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소송법상 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상태에서 특검에만 예외를 주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이 같은 국민의힘 우려를 수용하면서 특검법 개정안의 수사 기간 30일 추가 연장 조항도 빼기로 했다. 기존 특검법 조항이 유지되면서 특검 수사는 모두 올해 말에서 최대 내년 초 사이 종료된다.

개정안의 수사 인력 증원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애초 민주당 안은 현재 파견검사 60명인 내란특검과 40명인 김건희 특검을 각각 70명으로, 20명인 채해병 특검은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날 여야는 각 특검당 10명 내외 증원만 하기로 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꼭 필요한 인원만 증원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야는 개정안의 내란 재판 1심 중계 의무화 조항에 대해선 국가안보와 공공안녕질서 훼손 우려가 있는 사안은 제외하는 조건부 중계 허용으로 의견을 모았다. 군검사가 기소해 재판 중인 내란 사건에 대한 특검 지휘 조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나경원 의원 사이 대립으로 극한 갈등에 치달았던 법사위의 나 의원 간사 선임 문제도 민주당이 협조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민주당은 대신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에 대한 국민의힘 협조를 약속받으며 정부조직법 처리를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상 후 “부단히 설득했다”고 말했다.

특검법 개정안 협의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후 협치의 첫 시험대였다. 양당은 전날 80여분 협상 과정에서 비교적 합의에 다다랐으나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경 대응 목소리가 분출하면서 막판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특검법을 개정한 역사가 없고, 애초 3대 특검 자체에 반대하기에 어떠한 개정도 응하기 쉽지는 않은 상태였다”며 “판을 뒤엎는다는 방침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거대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한계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도 검토했으나 이미 방송법이나 노란봉투법 처리 때 무력화됐던 경험이 있다.

이형민 이강민 한웅희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