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구금 사태로 기업들의 대미 투자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경제 단체들이 유럽 및 중동 지역 투자와 경제 협력을 주관하는 행사를 잇달아 열었다. 경제 단체들은 “미국 체포·구금 사태 이전부터 계획된 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투자 지역 다변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기도 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상의회관에서 ‘코리아 비즈니스 데이 2025’ 포럼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한국과 독일 기업인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을 매개로 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승박 두산로보틱스 유럽지사장은 “독일은 유럽 최대 제조업 중심지이자 혁신적 자동화 생태계가 구축된 곳”이라며 “양국이 지속가능 성장과 첨단 제조 경쟁력 강화, AI·로보틱스 기술의 윤리적 활용 등 글로벌 과제 해결에도 함께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토르스텐 호인 딜로이트 독일법인 파트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독일과 유럽은 군 현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드론·미사일 방어 등에서 강점을 지닌 한국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한국 방위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도 지난 9일 강경성 사장이 직접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찾아 두바이미래재단(DFF)과 ‘한국 기술 기업의 중동 진출 확대와 디지털 협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UAE는 2017년 석유 고갈에 대비해 미래 먹거리로 교통 등 사회 각 분야에 AI 기술을 도입하는 ‘국가 AI 전략 2031’을 발표하고, 100억 달러 규모의 미래전략펀드 조성 등 후속 작업을 이어왔다. 코트라의 MOU 체결은 한국 기업의 참여 기반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지난 4월에는 DFF 주관 행사에 네이버클라우드 등 한국 기업 8곳이 초청됐다. 당시 초청사 중 한 곳인 노타는 스타트업 최초로 현지 정부 기관인 두바이교통청과 ‘온디바이스 생성형 AI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