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계가 동남아시아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내수시장은 성장세가 둔화한 반면, 젊은 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동남아 시장이 K패션의 새로운 무대로 떠오르면서다. 패션업계 신성장동력이 동남아로 향하는 모양새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엠초이스 앤드 민트 어워드 2025’에서 시스템·시스템옴므 패션쇼를 선보였다. 한섬이 동남아에서 연 첫 패션쇼다.
한섬은 태국을 교두보 삼아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도매 계약을 추진하고, 팝업스토어와 정식 매장을 오픈하는 등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섬 관계자는 “지난 6월 파리패션위크에 참석한 태국 패션·유통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K패션에 대한 동남아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는 필리핀을 해외 시장 재도전의 거점으로 삼았다. 지난 7월 마닐라의 대형 쇼핑몰 ‘SM 몰 오브 아시아’에 첫 글로벌 매장을 열었다. 2016년 중국 시장에 직진출했으나 사드(THAAD) 보복 사태 여파로 2년 만에 철수했었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이번엔 현지 대형 리테일그룹 수옌 코퍼레이션과 파트너십을 맺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필리핀은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K콘텐츠 팬층이 매우 두터워 진출하게 됐다”며 “연내 3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프리미엄부터 캐주얼까지 K패션의 주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 LF의 헤지스는 2017년 베트남 진출 이후 데이터 기반 맞춤형 판매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밝은 컬러를 선호한다는 점을 반영해 제품을 진열하고, ‘올드머니 룩’ 등 글로벌 트렌드와 맞물리는 아이코닉 컬렉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LF의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도 호치민에서 하노이로 보폭을 넓히며 오는 10월 3호점을 열 예정이다.
이랜드의 후아유도 본격적인 베트남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온라인몰을 연 이후 지난달 매출은 오픈 시점 대비 8.7배, 전월 대비 37% 증가했다. 현지 인기 가수인 호아민지를 모델로 기용하며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오프라인 매장 출점에도 나설 계획이다.
동남아 시장의 매력은 성장 가능성에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3년 아세안 평균 연령은 31.1세다. 인구 규모가 크면서도 트렌드 수용 속도가 빠른 젊은 소비층이 두터운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동남아 패션시장 매출이 2025년 237억9000만 달러(약 33조원)에서 2030년 301억2000만 달러(약 4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 여력이 커지면서 겨울철 해외여행 증가로 F/W 상품 소비가 확대되는 점도 업계에는 기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장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