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국민성장펀드’를 처음에 구상했던 100조원에서 대폭 늘려 150조원 이상 규모로 조성한다. 민관이 절반씩 분담하는 펀드는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주요 첨단산업 생태계 전반을 지원한다. 현실화하는 저성장 위기와 격화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 여력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10일 서울 마포구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프론트원’에서 산업계·벤처창업·금융업 등 인사들을 초청해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정체된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국민성장펀드를 100조원에서 150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성장펀드란 AI·반도체·바이오 등 주요 첨단산업에 자금을 집중 투입하는 대규모 민관 합동 펀드로, 이 대통령의 대표 성장 공약이다.
펀드 규모를 더 늘린 데는 가시화하는 ‘0%대 저성장’과 격화하는 선진국 간 첨단산업 투자 경쟁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몇 년간 계속된 저성장을 이어가고 주력 산업 경쟁력 하락을 방치할 것이냐, 아니면 새롭게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에 있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 도전하고 성취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산업 간 파급효과가 크면서 상징성도 높은 ‘범부처 메가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민성장펀드의 특징이다. 주요 지원 대상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에너지 고속도로, 바이오·반도체 등 미래 20년을 책임질 수 있는 첨단전략산업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50조원을 첨단전략산업과 유관 생태계에 투입하면 최대 125조원에 이르는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한국 1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기업 수요에 따라 나뉜다. 15조원 규모의 직접 지분투자는 기업의 제조공장 건설이나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용도다. 인프라 투자·융자와 초저리 대출에는 각각 50조원이 할당돼 있다. 산업별로 보면 AI에 가장 많은 30조원이 투입되고 이어 반도체(20조9000억원), 모빌리티(15조4000억원) 순이다.
재원은 연기금·금융권·국민출자 등 민간 자금 75조원과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으로 조성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정부가 재정으로 1조원을 후순위 출연해 ‘마중물’ 역할을 하기로 했다. 정부보증 기반 기금채와 한국산업은행의 자금 출연으로 마련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은 오는 12월 초 본격 출범한다.
이 대통령은 민간 부문 자금 조달의 핵심인 금융업권을 향해 ‘생산적 금융’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금융 분야가 지금처럼 담보를 잡고 돈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전당포식 영업’을 벗어나 ‘생산적 금융’으로 대대적 전환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을 해 왔다는 국민적 비난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 “정확한 신용평가와 산업 분석 능력을 개척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의재 윤예솔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