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100조→150조 확대… ‘저성장 탈출’ 마중물 댄다

입력 2025-09-11 02:02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핵심 공약인 국민성장펀드 규모를 당초 계획(100조원)보다 대폭 늘린 150조원 이상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국민성장펀드’를 처음에 구상했던 100조원에서 대폭 늘려 150조원 이상 규모로 조성한다. 민관이 절반씩 분담하는 펀드는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주요 첨단산업 생태계 전반을 지원한다. 현실화하는 저성장 위기와 격화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 여력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10일 서울 마포구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프론트원’에서 산업계·벤처창업·금융업 등 인사들을 초청해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정체된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국민성장펀드를 100조원에서 150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성장펀드란 AI·반도체·바이오 등 주요 첨단산업에 자금을 집중 투입하는 대규모 민관 합동 펀드로, 이 대통령의 대표 성장 공약이다.

펀드 규모를 더 늘린 데는 가시화하는 ‘0%대 저성장’과 격화하는 선진국 간 첨단산업 투자 경쟁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몇 년간 계속된 저성장을 이어가고 주력 산업 경쟁력 하락을 방치할 것이냐, 아니면 새롭게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에 있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 도전하고 성취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산업 간 파급효과가 크면서 상징성도 높은 ‘범부처 메가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민성장펀드의 특징이다. 주요 지원 대상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에너지 고속도로, 바이오·반도체 등 미래 20년을 책임질 수 있는 첨단전략산업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50조원을 첨단전략산업과 유관 생태계에 투입하면 최대 125조원에 이르는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한국 1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기업 수요에 따라 나뉜다. 15조원 규모의 직접 지분투자는 기업의 제조공장 건설이나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용도다. 인프라 투자·융자와 초저리 대출에는 각각 50조원이 할당돼 있다. 산업별로 보면 AI에 가장 많은 30조원이 투입되고 이어 반도체(20조9000억원), 모빌리티(15조4000억원) 순이다.


재원은 연기금·금융권·국민출자 등 민간 자금 75조원과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으로 조성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정부가 재정으로 1조원을 후순위 출연해 ‘마중물’ 역할을 하기로 했다. 정부보증 기반 기금채와 한국산업은행의 자금 출연으로 마련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은 오는 12월 초 본격 출범한다.

이 대통령은 민간 부문 자금 조달의 핵심인 금융업권을 향해 ‘생산적 금융’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금융 분야가 지금처럼 담보를 잡고 돈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전당포식 영업’을 벗어나 ‘생산적 금융’으로 대대적 전환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을 해 왔다는 국민적 비난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 “정확한 신용평가와 산업 분석 능력을 개척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의재 윤예솔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