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도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도입 열기가 뜨겁다. 건설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완성된 주거 환경에도 로봇과 AI를 적용해 ‘미래형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입주민 만족도를 높이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단지에 ‘로봇 친화형 단지’ 조성을 제안했다. 피지컬 AI 플랫폼이 적용된 로봇이 단지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전기차 충전, 단지 내 이동, 주차, 배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퍼스널 모빌리티 로봇이 주차장에서 집 앞까지 입주민의 짐을 실어다 주고, 전기차 충전 구역에 진입 시 로봇이 직접 충전구를 열어 충전해주는 식이다. 로봇 친화형 단지가 구현되면 무인 셔틀을 불러 단지 내에서 이동하고, 로봇이 단지 내 상가 주차장에서 빈 공간을 찾아 주차해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달부터 래미안 원베일리와 래미안 원펜타스, 삼성노블카운티에 거주하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홈 AI 컴패니언(동반자) 로봇 서비스 실증을 시작했다. 이 로봇은 노인의 말동무가 돼 주거나 응급상황을 보호자에게 알리고 호출에 응답하는 등의 집사 역할을 수행한다. 복약 알림과 만성질환 관리 등도 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엔 실내외 배송 로봇 서비스 ‘딜리픽미’를 출시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단지에는 AI를 활용한 스마트 지하 주차장을 구현할 예정이다. AI가 효율적인 주차 동선을 안내하고, 출차 시 주차 위치를 확인해주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주차에 AI 로봇 도입은 대세가 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HL로보틱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 송파구 한양2차 재건축 단지에 AI 기반 자율주행 로봇 ‘파키’의 도입을 제안했다. 파키는 지정 구역에 주차된 차량의 하부로 이동해 바퀴를 들어 올리고, 빈 곳을 찾아 대신 주차해준다. 현산은 한양2차에 디지털전환(DX) 기술을 적용하고 AI 홈 에이전트, 차세대 헬스케어 플랫폼의 도입도 추진한다.
아파트들은 갈수록 똑똑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는 한국의 스마트홈 시장 규모를 2025년 기준 63억3000만달러(약 8조7800억원)로 추산했다. 이 시장은 연평균 16.2% 성장해 2030년에는 133억8000만달러(약 18조5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일상생활에 점차 깊숙이 스며들면서 스마트 건축물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