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년2개월 만에 종가 기준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의 다음 주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회복된 영향이다. 시가총액은 사상 최대치인 2727조원으로, 코스피를 산출하기 시작한 1980년 1월 4일 이후 45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48포인트(1.67%) 오른 3314.53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 7월 6일의 3305.21을 4년2개월 만에 넘어섰다. 장중 한때 3317.77까지 치솟아 2021년 6월 25일의 장중 최고치(3316.08)도 경신했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38.0%)은 현재까지 주요 20개국 중 1위다. 9월 상승률(4.0%)만 놓고 봐도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80년 1월 4일 지수를 100으로 놓고 1983년 출발한 코스피는 전 세계 증시 중에서도 유독 정체의 시간이 길었다. 3000선을 돌파한 것은 세계 각국이 ‘제로 금리’ 정책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던 2021년 1월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2022년 하반기 다시 2000선 초반까지 밀렸다.
지난해에는 8월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기대감에 2900까지 올랐던 지수가 2300선까지 후퇴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가 분위기 반전을 이뤄낸 것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부양 분위기가 고조되면서다.
이날은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예정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심리가 대폭 개선됐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3811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4985억원을 사들이며 사흘 연속 현·선물을 동반 순매수했다. 기관투자가도 9028억원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대부분 상승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1.46%) 등 반도체주가 일제히 오른 영향으로 대장주 삼성전자가 전 거래일보다 1.54% 오른 7만2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5.56% 급등하며 30만원대를 다시 돌파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뉴욕 증시가 신고가를 쓰는 상황에서 국내 정책 기대감이 재부각됐다”며 “다음 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있어 당분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