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역’ 나오나… 성수에서 수도권으로 ‘무신사 타운’ 확장

입력 2025-09-11 00:23
서울 성동구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에서 지난 4~5월 열린 ‘K리그×산리오 캐릭터즈’ 팝업스토어 행사에 방문객이 몰리며 긴 대기 행렬을 만들었다. 성수동은 무신사의 신사업 실험장이자 오프라인 브랜드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신사 제공

패션 플랫폼 강자 무신사가 오프라인에서 무섭게 세를 넓히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무신사 타운’으로 키우는 데 이어, 지하철 2호선 성수역 명칭까지 ‘무신사역’으로 바꿀 태세다. ‘성수’라는 지역 자체를 브랜드화해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인 성장 스토리텔링을 제시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수도권 매장 확장, 신사업 다각화까지 더해지며 기업공개(IPO) 가능성에도 힘이 붙고 있다.

무신사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는 최근 2년간 서울에서보다 두 배 많은 14개 매장을 경기·인천에 열었거나 오픈을 앞두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다음 달 롯데백화점 평촌점에 30호점, 오는 11월 스타필드 고양점에 31호점을 잇달아 열며 수도권 거점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복합쇼핑몰들이 무신사를 앵커 테넌트로 인식해 임대료를 깎아주면서까지 유치하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무신사의 진짜 무대는 성수동이다. 2023년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대림창고를 활용한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 올해 라이프스타일 매장 ‘이구홈 성수’, 키즈 전문 ‘이구키즈 성수’를 연달아 열며 성수에서 존재감을 굳혔다. 내년 초에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총 8264㎡(2500평) 규모의 초대형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가 문을 연다. 성수 거점은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무신사는 최근 서울교통공사의 성수역 역명 병기 사업에 단독 입찰했다. 낙찰되면 성수역 역명판·출입구·노선도·안내방송 등 8종에 ‘무신사’가 최소 3년간 함께 쓰인다. 지난해 CJ올리브영이 10억원에 낙찰받았다가 효과 대비 비용을 이유로 포기한 자리를 무신사가 꿰차는 셈이다. 무신사의 신사업 실험장이자 브랜드 전초 기지 성수에 상징성을 덧입히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패션과 뷰티를 넘어선 영역 확장도 눈에 띈다. 무신사는 최근 ‘무신사 스탠다드 호텔’ ‘레지던스’ ‘플라워’ 등 상표권을 출원하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손을 뻗고 있다. 방송인 노홍철과 합작한 ‘주식회사 재밌는걸참좋아하고하고싶은거하는노신사’(노신사) 설립도 화제다. 등기소에 따르면 노신사는 화장품, 미용 제품, 의약외품(미용) 등 뷰티 관련 제품의 제조·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 같은 행보는 IPO 전략과 맞닿아 있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보한 팬덤을 오프라인 체험으로 연결해 충성도를 높이고, 패션에서 뷰티·리빙·키즈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성장 서사’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미국 뉴욕 소호, 일본 도쿄 하라주쿠 등 특정 지역이 패션 허브가 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실적 또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3777억원, 영업이익 4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0.7%, 22.6% 성장해 역대 최대 2분기 실적을 올렸다.

다만 지나친 확장세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무신사가 성수동에 브랜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지만, 과도한 확장은 정체성 희석과 대형 점포의 고정비·재고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용 대비 수익성 개선과 해외 시장에서의 재현 가능성이 지속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