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힘겹게 헤쳐온 이재명정부 100일, 앞으로가 진짜 시험대

입력 2025-09-11 01:30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마포 프론트원빌딩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취임 100일을 맞았다.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초래된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해 지금껏 숨 돌릴 틈 없이 달려 왔다. 대통령실과 내각을 안정시켜 국정 공백을 메우는 일부터 시작해 추경 편성을 비롯한 민생회복 조치, 미국과의 관세 협상, 한·일 및 한·미 정상회담, 국정 과제 발표와 정부조직 개편 등 빅이벤트가 줄을 이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아쉬운 점도 없지 않지만 급하게 출범한 정부치고는 대체로 무난하게 국정을 이끌어온 측면이 있다. 지난주 기준 국정 지지율도 63%로 역대 대통령 취임 100일 지지율 중 김영삼(83%) 문재인(78%)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민생쿠폰 등을 통해 경제 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어렵다. 이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규정한 국민 통합은 갈 길이 멀고, 검찰개혁을 비롯한 개혁의 속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인사검증 미비로 인한 장관 낙마에서 보듯 내부 시스템도 아직은 성긴 데가 많은 듯하다. 대외적으로도 미국의 한국인 구금 사태와 지지부진한 후속 관세 협상, 일본의 친한파 총리 퇴진, 북·중·러 밀착 등 여러 어려움에 휩싸여 있다.

나라 안팎에 놓인 이런 도전 과제들은 지난 100일 동안 겪어본 것들보다 훨씬 더 고차 방정식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이 대통령은 지지층만이 아닌 국민 전체의 여론과 보다 폭넓은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들어 국정에 임해야 한다. 때로는 여론이 무르익을 때까지 속도조절도 하고, 저항이 크면 전략적 후퇴를 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외교에 있어서도 한국인 구금 사태를 교훈 삼아 앞으로는 국민 안전이나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보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에서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게 그런 것들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약속도 실천해야 한다. 말뿐 아니라 실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야 국정도 더 탄력받을 수 있고, 국론도 통합할 수 있다. 어제 현 정부 100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A학점에 외교는 만점’, 국민의힘은 ‘퇴행과 역류의 100일’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정치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정치 복원을 위한 노력을 몇 배 더 기울이고, 1호 당원으로서 여당 대표에게도 더 강하게 협치를 주문하고 또 관철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