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측근인 세바스티앵 르코르뉘(39) 국방장관을 새 총리로 임명했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긴축 예산안을 추진하다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난 지 하루 만이다. 르코르뉘 신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시작 후 2년도 되지 않아 맞이한 다섯 번째 총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엘리제궁은 “대통령이 르코르뉘에게 국회 정치 세력들과 협의해 국가 예산을 통과시키고 향후 결정에 필수적인 합의를 구축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리는 국민을 위한 봉사, 국가 통합을 위한 정치적·제도적 안정을 지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코르뉘는 10일 총리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정치적 상황과 국민들의 정당한 기대 사이의 괴리를 종식해야 한다”며 “야당과 협력하는 방식에서 더 창의적이고, 기술적이며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02년 우파 공화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르코르뉘는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첫 당선 후 입각하면서 집권 여당 르네상스로 당적을 옮겼다. 마크롱의 두 차례 임기 내내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관일 정도로 마크롱의 신임을 받고 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대통령이 소수 충성파와 함께 벙커에 틀어박혀 있다”며 의회 해산을 요구했고,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의회와 유권자, 정치적 품위를 경멸하는 이 비극적인 희극을 종식할 유일한 방법은 마크롱의 퇴진뿐”이라고 주장했다. LFI와 녹색당, 공산당 의원들은 하원에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