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보내는 전조 신호, 얼마나 빨리 감지하느냐가 관건”

입력 2025-09-10 18:58
윤웅 기자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10대 청소년 자해·자살을 막기 위해서 이들이 보내는 절실한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울증, 비자살적 자해 등 자살 전 단계를 겪는 청소년들에게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재원(사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10일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자살에는 수많은 전조 신호가 있다”며 “이를 사회가 얼마나 일찍 감지하고 개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전공의 시절부터 소아청소년정신과 진료와 연구에 매진해 왔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으로 정신건강 자문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국민일보가 심층 보도한 10대 자해·자살 증가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예방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기 자살 시도가 성인기에 자살 위험을 높이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러나 다른 연령대와 비교할 때 19세 이하 자살자 수는 적다는 이유로 정책적 관심이 덜하다”고 했다. 자해·자살의 원인 분석에 대해서도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정신질환 청소년들은 소아암 등 신체 질환자들과 달리 의료기관 내 병원학교 수업으로 출석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신과에 입원하면 학업이 끊기는 현실적 문제가 발생한다. 김 교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마음의 고통을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자해·자살 고위험군 청소년들이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도 강조했다. 서울대병원은 ‘빅5’로 불리는 서울상급병원 중 유일하게 소아청소년 전용 정신과 병동을 운영 중이다. 해당 병동의 입원 대기자는 100명에 달하고, 이 중 고위험군 환자가 40명 이상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전용 병동에서는 집단치료, 사회성 강화 훈련,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이 이뤄진다”며 “많은 아이들이 ‘입원하기 잘했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가족과 사회가 청소년의 심리적 위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자녀의 자해를 몇 년이 지난 뒤 아는 부모도 있다”며 “이 경우 내 아이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청소년 자살을 ‘사회적 재난’으로 표현하며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부처가 자살 예방 관련 역할을 갖고 있지만 컨트롤타워가 없어 종합대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학교와 병원을 아우르는 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