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 수립 77주년 기념일 연설에서 ‘비상한 지위’를 강조하며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우리 국가의 절대적 지위와 안전을 다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과시하며 체제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 위원장이 전날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7돌 국기 게양식과 중앙선거모임’에 참석해 이같이 연설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륭성시대의 거세찬 흐름은 그 어떤 힘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며 “자기 조국의 운명을 외부의 그 어떤 선택에도 내맡기지 않을 강력한 정치체제와 강건한 국력을 건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투입된 파병군도 언급했다. 그는 “해외 군사작전에 투입된 우리 군대의 장령, 군관, 병사들에게도 뜨거운 전투적 경례를 보낸다”며 “새 조선의 창건이 선포된 그날로부터 시작된 77년간의 강국건설 위업은 지금 우리 국가가 획득한 비상한 지위로써 긍지 높이 총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 간부들은 빨간 머플러를 손에 쥐고 선서하며 김 위원장과 사회주의 체제를 향한 충성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절대적 지위’ ‘비상한 지위’는 핵보유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화 국면이 펼쳐지더라도 비핵화 요구를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통해 높아진 외교적 위상에 대한 강조도 담겼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로 든든한 뒷배를 얻게 됐다는 자신감도 읽힌다.
전문가들은 10·10 당 창건 80주년과 내년 초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사회주의 체제를 강조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중국 전승절에 다녀온 뒤 자신감이 붙은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한 것”이라며 당의 중요한 행사들을 앞두고 내부 단속이 필요한 상황에서 9·9절이 적절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태화 박준상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