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시켰다. 유럽은 이번 영공 침범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응을 시험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적 도발로 규정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10일(현지시간) “합동참모본부 작전사령관으로부터 우리 영공을 침범한 드론을 요격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투스크 총리는 각료회의 후 “이날 19건의 영공 침범이 있었고 드론 4대가 격추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폴란드 공군은 드론이 영공을 침범했을 때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고, 수도 바르샤바 등지의 공항 4곳이 폐쇄됐다. 폴란드군은 “전례 없는 영공 침범이며 국민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위협한 침략 행위”라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소 8대의 이란제 샤헤드 공격용 드론이 폴란드로 향했다. 유럽에 극도로 위험한 전례가 될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를 공습하던 러시아 드론 중 일부가 대열을 이탈해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100대 이상의 드론이 목격됐고, 그중 여러 대가 방향을 바꿔 폴란드로 넘어갔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나토 회원국이다. 러시아 드론 여러 대가 영공을 침범하고 나토 회원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선 것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BBC는 “서방국의 대응을 시험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적 행동일 수 있다”며 “러시아 드론을 격추시킨 적 없는 폴란드와 나토가 새로운 영역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짐 타운센드는 “영공을 침범한 드론이 한 대라면 실수겠지만 여러 대라면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투스크 총리는 나토 조약 제4조에 따른 긴급 협의를 나토에 요청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EU는 폴란드와 전적으로 연대하고 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백하며 우리의 대응도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