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된 자는 말을 많이 두지 말것이요…”(신 17:16, 개역한글)
고대 근동에서 말(馬)은 군사력의 상징이자 왕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왕에게 “말을 많이 두지 말라”고 경고하셨다. 왜일까? 왕이 군사력, 즉 인간의 힘을 의지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왕의 진정한 힘은 말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 명령의 목적이다. 이 글에서는 여호수아와 다윗이 하나님의 명령에 어떻게 순종했는지 살펴보면서 이 말씀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님께서 가나안 전쟁에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시길 “말 뒷발의 힘줄을 끊고 그들의 병거를 불사르라”(수 11:6)고 명령하셨다. 말 뒷발의 힘줄을 끊으면 말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는 이스라엘이 군사력을 증강하려 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여호수아는 말 뒷발의 힘줄을 끊었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을 자신의 군사적 이익과 저울질하지 않고, 온전히 순종했다. 이 행위는 가나안 정복 전쟁이 인간의 전쟁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전쟁임을 말해준다.
다윗의 순종은 어떠했는가. “그에게서 마병 천칠백 명과 보병 이만 명을 사로잡고 병거 일백 대의 말만 남기고 다윗이 그 외의 병거의 말은 다 발의 힘줄을 끊었더니.”(삼하 8:4) 다윗은 소바 왕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 수많은 마병을 전리품으로 얻었지만 말 백 마리만 남기고 힘줄을 끊어버렸다. 다윗 역시 군사력, 즉 인간의 힘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하나님 명령에 순종한 것이다. 다윗은 시편에서도 고백했다. “어떤 사람은 병거, 어떤 사람은 말을 의지하나 우리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의 이름을 자랑하리로다.”(시 20:7)
두 지도자의 순종 이야기는 나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나는 그동안 외국인 유학생 선교를 해왔다. 유학생들에게 나의 지식이나 명성, 재능 등이 대단한 힘인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이 ‘말들’을 통해 힘을 얻고 두려움을 이겨내려 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교만임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가진 말들이 하나님을 대적하려 할 때 나는 그 힘줄을 끊으려고 노력했다. 내 지식과 경험과 실력으로 할 수 있다는 교만에서 벗어나려 했다. 전국교수선교연합회장으로 섬길 때 신명기 말씀은 나를 순종케 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 직접 야훼 전쟁에 임하셔 항상 승리하셨음을 감사드린다.
<약력> △전국교수선교연합회(KUPM) 회장 △영국 셰필드대 철학박사 △연세대 신문방송학 박사 수료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