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를 보면, ‘영끌’해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전용면적 84㎡(약 25평) 아파트를 사면서 세상을 다 가진 듯 뿌듯해한다.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보통 국민평형 또는 국민주택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고, 일반적으로 공급되는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4인 가족에 적합한 중형 평형 아파트로 여겨진다. 공급면적 기준으로는 33~34평 정도 된다. 1973년 수도권 주택난 해소를 위해 1인당 적정 주거 면적을 5평으로 잡고, 국민주택 규모를 82.6㎡로 정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84㎡가 국민평형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평형은 세금, 청약 등 각종 정책 기준으로 활용되며, 전용 85㎡ 이하는 취득세 감면 등 혜택도 주어진다.
하지만 최근 국민평형의 규모가 달라지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 분양가 상승 등으로 전용 59㎡(약 18평·공급면적 24~26평)가 새로운 국민평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에서 전용 59㎡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2대 1이었다. 84㎡의 경쟁률(5.5대 1)을 3배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수도권에서는 59㎡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이 84㎡보다 6배가량 높았다. 이런 현상은 2022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해 59㎡(9.0대 1)의 전국 1순위 평균 경쟁률이 84㎡(5.9대 1)를 처음 앞지른 후 해마다 격차가 커졌다.
최근 몇 년 사이 59㎡의 청약 인기가 높아진 데는 1, 2인 가구로의 분화, 분양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상품성을 높인 특화 공간 적용 등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1인 가구가 해마다 폭증하면서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소소익선(小小益善)’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평형 기준은 인구 구조 변화와 시장 트렌드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평형이 몇 평까지 내려갈지 관심사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