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벌판엔 명품쌀·남한강 위 출렁다리… 한글날·추수 앞두고 경기도 여주

입력 2025-09-11 02:10
경기도 여주시 신지리 논에 색이 다른 벼로 그려낸 세종대왕 이미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여주는 세종대왕의 도시이자 쌀밥 미식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경기도 여주시는 ‘세종대왕의 도시’, ‘쌀밥 미식의 도시’를 표방한다. 한글날과 가을 추수를 앞두고 찾기 좋은 여행지다. 여기에 지난 5월 ‘남한강 출렁다리’가 개통되면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조선 4대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합장릉인 영릉(英陵), 17대 효종과 인선왕후의 쌍릉인 영릉(寧陵)이 여주 서쪽 능서면에 있다. 능서면은 2021년 12월 31일 ‘세종대왕면’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서울 내곡동에서 여주로 옮겨진 세종대왕릉.

세종대왕릉은 처음 광주(현 서울 내곡동)에 있었다고 한다. 소헌왕후가 먼저 승하하자 시아버지 태종의 무덤(헌릉) 서쪽에 쌍실의 능을 조성했다. 오른쪽 석실은 비워두었다가 세종이 승하한 뒤 합장했다. 세조 때 자리가 불길하다는 이유로 능을 옮기자는 주장이 제기됐고, 사후 19년 만인 1469년(예종 1년) 지금이 자리로 옮겨졌다.

세종대왕릉 오른편으로 효종대왕릉까지 1㎞ 남짓 ‘왕의 숲길’이 이어진다. 효종대왕릉도 경기도 구리 동구릉에서 옮겨 왔다. 처음 태조가 잠든 건원릉 서쪽 산줄기에 조성했다가 1673년(현종 14년) 이곳으로 왔다.

가을철 세종대왕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명물은 대형 ‘논 그림’(벼 아트)이다. 품종이 다른 벼를 활용해 넓은 논 위에 그림과 글씨를 표현해 ‘논 위의 미술관’이라 불린다. 여주시가 쌀 산업의 경쟁력을 알리고 관광을 연계하기 위해 신지리 2곳과 왕대리 1곳에 조성했다.

신지리 논 그림은 바로 앞에 세워진 전망대에서 또는 경강선을 타고 지나가면서 볼 수 있다. 이천역에서 가면 세종대왕릉역 도착 직전 오른쪽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망대 높이가 낮아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부족하다. 높은 곳에서 보면 세종대왕이 두 팔을 벌리고 웃음 짓는 모습이다. 앞에는 ‘여주 대왕님표 여주쌀’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왕대리 논 그림은 높이 40m의 여주보 전망대에 오르면 제대로 볼 수 있다. 쌀밥을 들고 앉은 귀여운 ‘뚱랑이’(뚱뚱한 호랑이) 캐릭터가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앞쪽에는 ‘2025 관광 원년의 해’라는 문구가 함께 표현돼 있다. 논 그림은 9월 28일까지 볼 수 있다. 탁 트인 남한강 풍경은 덤이다.

여주보는 세종대왕의 발명품을 주제로 디자인됐다. 보 기둥은 물시계인 자격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해시계 앙부일구의 형상을 반영해 세종광장을 조성했다.

세종의 업적을 기리는 상징물이 조성된 한글시장.

여주 도심의 전통시장은 세종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글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상설시장이자 오일장(끝자리 5·10일)인 시장 곳곳에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담장 그림 등 각종 상징물이 즐비하다.

남한강과 가까워 장을 본 뒤 강변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여주 구간 남한강은 여름에는 황강(黃江), 겨울에는 여강(驪江)으로 불렸다. 고려 말의 문신 이색이 ‘여강미회(驪江迷懷)’에서 ‘여강의 한 굽이 산이 마치 그림 같아, 절반은 수채화 같고 절반은 시와 같네’라고 처음 표현했다고 한다.

남한강 강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월루.

가까운 강 언덕에 영월루(迎月樓)가 있다. ‘달을 맞이하는 누각’이라는 의미다. 조선시대 여주관아의 정문이었던 영월루는 일제강점기 때 서양식 건물로 바뀌면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영월루가 딛고 있는 바위는 ‘마암(馬巖)’ 글귀가 새긴 절벽이다. 마암이란 황마(黃馬)와 여마(驪馬)가 솟아났다는 전설이 깃든 바위로, 여주라는 고을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영월루에서 보면 동쪽으로 충북 충주에서 경기도 양평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강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주 금은모래유원지(오른쪽)와 신륵사관광지를 잇는 ‘남한강 출렁다리’. 아찔한 높이감과 남한강의 탁 트인 풍경이 어우러진다.

멀리 지난 5월 1일 개통한 ‘남한강 출렁다리’가 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금은모래유원지와 신륵사관광지를 잇는 총 길이 515m의 국내 최장 보도 현수교다. 높이 45m의 주탑 2개에서 늘어뜨린 강철 케이블이 다리를 지탱하고 있다.

벌집처럼 뚫린 철망 아래로 남한강 물결이 그대로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특히 다리 곳곳에 설치된 미디어 글라스가 이색적이다.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는 효과가 스릴을 더해 준다.

출렁다리 끝 신륵사관광지 일원에서는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여주오곡나루축제’가 열린다. 조선시대 여주 조포나루에서 임금께 오곡을 진상했던 역사적 기록을 반영해 열리는 여주 대표 축제로, 옛 나루터의 정취를 재현하며 여주의 우수한 농특산물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자리다.



여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