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평행선을 달리던 합성니코틴 규제 논의가 다시 국회로 향했다. 담배 정의를 ‘연초’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 안건에 올랐다. 정기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올해 안에 규제 적용이 가능하다. 이 경우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는 1988년 법 제정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담배’로 분류돼 과세와 광고 및 판매 제한을 받게 된다.
담뱃잎에서 추출하는 천연니코틴과 달리 화학적 합성을 통해 공장에서 제조되는 합성니코틴은 담배사업법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합성니코틴 규제 논의는 2016년부터 이어졌지만 업계 반발과 정치권 이견으로 10년 가까이 표류 상태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이 확인됐지만 법안은 번번이 좌초돼 왔다. “국민건강권이 최우선”이라고 말하던 일부 의원이 전자담배 업계 이익단체의 압박에 결론을 미뤄온 셈이다.
그사이 전자담배 시장은 급팽창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자담배 용액 수입액은 올해 3~7월 5개월간 평균 34.5% 증가했다. 지난 5월 수입액은 76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3.6% 늘었다.
현장에서는 규제 공백이 적나라하다. 무인점포에서는 타인 신분증이나 복사된 가짜 신분증만으로도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손쉽게 살 수 있다. 일부 매장은 신용카드 결제만으로도 구매가 가능해 청소년의 접근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복지부 의뢰로 삼육대가 수행한 ‘아동·청소년 전자담배 사용 예방교육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302명 중 39.7%가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 대체재 또는 금연보조제로 인식했다. “덜 해롭다”거나 “해롭지 않다”는 응답도 32.2%에 달했다. 보고서는 과일향 및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운 소셜미디어 광고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청소년의 인식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합성니코틴이 중독성은 더 강하다는 조사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조사에서 기상 직후 5분 내 흡연한다는 응답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가 30%로, 궐련형(26%)이나 일반 담배(18.5%)보다 높았다.
세금과 규제를 피해 유통되는 합성니코틴 제품으로 세수 손실도 적잖다. 과세 대상에서 빠진 전자담배 사용이 늘면서 담뱃세 수입은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4년간 합성니코틴에 세금을 부과하지 못한 미징수액은 3조3895억원에 달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합성니코틴에 담배소비세를 적용할 경우 연간 약 9300억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80년대에 제정된 담배사업법으로 2025년 현재의 담배 시장과 신종 제품을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며 “전체 담배 시장의 10~20%를 차지하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법적 정의에서 빠져 있어 청소년 흡연의 주요 제품이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