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프랑스’ 9개월 만에 또 정부 붕괴

입력 2025-09-09 19:10
AFP연합뉴스

프랑스의 재정난을 긴축으로 극복하려던 프랑수아 바이루(사진) 총리가 하원에서 불신임을 받아 실각했다. 바이루 내각이 9개월 만에 총사퇴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또다시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TF1방송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8일(현지시간) 바이루 정부에 대한 신임 여부를 표결에 부쳐 신임 194표, 불신임 364표로 불신임을 결정했다. 집권 르네상스당에서 이탈표(기권 1명)도 발생했다.

바이루 총리는 9일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출범한 바이루 정부는 9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바이루 정부는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놓고 야당과 대립했다. 프랑스 정부 부채는 지난해 기준 3조3000억 유로(약 5400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13%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440억 유로(약 72조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세수를 증대하는 한편 생산성 확대를 위해 연중 11일인 공휴일을 9일로 줄이는 내용의 예산안 지침을 발표했다.

야당은 극우 국민연합(RN)부터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까지 진영을 가리지 않고 긴축안에 반대했다. 여론의 반발도 거세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가 번지자 바이루 총리는 하원에 정부 신임 투표를 제안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지난달 25일 “나랏빚이 1시간마다 1200만 유로(약 196억원)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고, 8일 신임 투표에 앞선 정견 발표에서도 “의원 여러분은 정부를 전복시킬 권한은 있지만 현실을 지울 권한은 없다. 현실은 냉혹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의 승부수는 무위로 돌아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출범한 미셸 바르니에 정부가 불과 3개월 만에 붕괴된 데 이어 바이루 정부까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국정을 교착 상태에 빠뜨린 책임론에 직면하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이 프랑스 1위 정당으로 부상하자 극우 확산을 저지하겠다며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했지만 중도 범여권이 다수당 지위를 잃는 정치적 실패를 겪었다.

현재 다수당인 범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좌파 성향 총리 임명을, RN은 의회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사임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의 의무는 의회 해산”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