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방문한 독일 뮌헨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자동차 박람회장이었다. 컨벤션센터 안에서 신차와 미래 기술을 선보이는 다른 모빌리티쇼와 달리 유럽 최대 규모의 ‘IAA 모빌리티 2025’는 업체들이 거리(오픈스페이스)에도 부스를 차린다. 전날 메쎄 전시장에서 봤던 ID.크로스 콘셉트(폭스바겐), iX3(BMW), GLC 위드 EQ 테크놀로지(메르세데스 벤츠) 등이 그곳에 있었다. 실제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반응을 살필 수 있었다.
안개 자욱한 오데온 광장에 위치한 폭스바겐 부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가장 많은 유럽인이 타는 대중 브랜드여서 특히 관심이 많은 듯했다. 폭스바겐은 이날 올해 상반기 브랜드 베스트셀링카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티록의 신형 모델을 처음 공개했다. 시민들은 보닛을 열어 엔진룸을 살피거나 운전석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옆 부스엔 도심형 전기차 ID.크로스 콘셉트가 전시돼 있었다. 소스를 부은 커리부어스트(폭스바겐이 상품화했던 소시지)를 빵과 함께 제공하는 푸드 트럭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뮌헨의 랜드마크인 뮌헨 레지덴츠 한복판엔 벤츠의 그릴을 형상화한 거대 조형물이 서 있었다. 중앙엔 벤츠의 상징인 대형 삼각별이 박혀 있다. 그 아래 전시된 ‘1970 벤츠 280’과 ‘GLC 위드 EQ 테크놀로지’의 그릴이 같은 모양이었다. 벤츠 관계자는 “과거 내연기관차의 디자인이 현재의 전기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BMW는 막스 요제프 광장에 부스를 꾸렸다. 거대 단상을 세운 뒤 그 위에 신형 iX3를 올려놨다. 부스 안에선 BMW 관계자가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스템 ‘파노라믹 비전’과 최신 운영 체제 ‘오퍼레이팅 시스템 X’를 시연했다. IAA 거리 부스를 보기 위해 단체 관광을 온 여행객들도 눈에 띄었다. 도시 전체에 전시된 자동차 구경에 지친 이들은 부스 옆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루트비히 거리를 따라 BYD(비야디), 르노, 포드 부스를 지나니 7m 높이의 유리 구조물이 보였다. 현대자동차 부스다. 전기차 아이오닉의 디자인 요소인 파라메트릭 픽셀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소형 전기차 콘셉트카인 ‘콘셉트 쓰리’를 처음 공개했다. 유럽인이 선호하는 소형 차급의 전기차에 대해 현대차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차량이다. 현장에 있던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르고 해치백 수요가 큰 유럽 시장에서 아이오닉 브랜드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기아도 650㎡ 규모의 별도 부스를 차렸다. LED 거울 기둥을 곳곳에 설치해 미래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기아는 이곳에 EV3, EV4, EV6, EV9 등 전기차 라인업과 EV2 콘셉트, PBV(목적기반차량) PV5 패신저를 전시했다. BYD(비야디), 샤오펑, 립모터, 장안자동차, 홍치 등 유럽 진출을 본격화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IAA 오픈스페이스에 부스를 차렸다. 특히 BYD와 샤오펑 부스는 관람객이 북적였다. ‘메이드인차이나’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아 보였다.
뮌헨=글·사진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