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무탄소 경쟁’… 원자로·암모니아·풍력으로 배 띄운다

입력 2025-09-10 00:46
한국 조선사들이 9~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가스텍 2025’에 참가해 친환경이 중심이 될 미래 선박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사진은 HD현대(위쪽)와 삼성중공업의 전시 부스 모습. HD현대·삼성중공업 제공

국내 조선 ‘빅3’(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세계 최대 가스·에너지 전시회에서 암모니아, 소형모듈원자로(SMR), 풍력 추진 시스템 등 각종 친환경 기술을 선보였다. ‘탈탄소’가 핵심 키워드인 미래 선박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이다. 각사가 개발한 연료 효율 극대화 기술에 대해 글로벌 선급(선박의 안전과 환경 기준 등을 정하는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고 해외 업체들과의 기술 협력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9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가스텍 2025’에 나란히 참가했다. 가스텍은 전 세계 10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에너지 산업 전시회다. 올해도 5만여명 이상의 참관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미국 휴스턴에서 열렸던 지난해 가스텍에 이어 올해도 직접 HD한국조선해양 등 6개 계열사 임직원들과 함께 전시회에 참석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SMR을 탑재한 ‘용융염원자로(MSR) 추진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기본 인증을 미국선급(ABS)과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받는다. 기본 인증은 새로운 선박의 설계나 기술이 국제규정이나 안전 기준에 적합하다고 인정받는 절차로, 선박 개발의 첫 관문이다. 해당 LNG 운반선은 삼성중공업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설계를 수행했다. 핵연료와 냉각제를 일체화한 용융염(액체 핵연료)을 사용해 안정성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암모니아를 활용한 ‘무탄소 기술’을 선보였다. 한화오션은 17만4500㎥급 무탄소 LNG 운반선 모형을 공개했다. 현재 개발 중인 이 선박은 암모니아 가스터빈을 기반으로 하는 무탄소 전기추진선으로, 점화에 단 한 방울의 파일럿 오일도 사용하지 않는 완전 무탄소 기술로 추진된다. HD현대는 이번 전시회 기간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을 암모니아 이중연료로 개조하는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영국 로이드선급(LR)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이를 통해 자체 개발한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시스템을 선박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조선 3사는 모두 풍력 추진 시스템을 활용해 선박 연료 효율을 높이는 기술도 선보인다. HD현대는 선원 거주 공간을 배의 앞쪽에 배치(선수 거주구)함으로써 상갑판에 추가 공간을 확보하고 그 자리에 풍력보조추진장치를 다수 배치해 연료 효율을 높인 ‘미래형 가스선’에 대해 노르웨이선급(DNV)으로부터 기본 인증을 받는다. 삼성중공업도 ‘풍력보조추진장치 탑재 LNG 운반선’에 대해 로이드선급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풍력보조발전장치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US) 기술, 에너지 절감장치, LNG 재액화시스템 등을 포함한 탈탄소 선박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