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사 CEO, 금감원장 면전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 우려 표출

입력 2025-09-10 00:4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감원-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투자회사 CEO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증권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게 금융 당국 개편으로 인한 업무 혼선 등의 우려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관련 기관이 4개(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로 늘어 업무 분담이 명확지 않으면 중복 보고 등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26개 증권·자산운용사 CEO들과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8일 이 원장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가졌다. 금융투자회사들과의 상견례 성격으로, 업계 현안과 요구사항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개편 관련 의견이 나온 건 간담회가 본격화되기 전이었다고 한다. 금소원이 신설되면 감독 기구가 금감원, 금소원 2개로 늘어나는 것인데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어디에 보고해야 할지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였다.

한 참석자는 “여러 CEO가 같은 사건이어도 금감원과 금소원이 요구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점과 ‘시어머니’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의견을 말했다”며 “이 원장은 이에 대해 부담되지 않게 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도 “금감원 내부 분위기를 추슬러야 하는 문제도 있으니 이 원장이 말을 굉장히 아끼는 모습이었다”며 “금융기관 개편 관련해서는 ‘그러한 우려를 알고 있다’ 정도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으로 조직이 쪼개지는 금감원에서는 직원 600명 이상이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직원들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1층 로비에서 검은색 상의를 입고 ‘금소원 분리 철회하라’ 등이 적힌 푯말을 들고 약 50분간 구호를 외쳤다. 이 원장은 출근길에 집회 중인 직원들과 마주쳤지만 별도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금감원 노조는 12일까지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원장과 간담회를 앞둔 암호화폐 업계도 여러 현안 처리가 지연될 것을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슈가 생길 때마다 4개 부처에 다 검토를 받아야 하는지부터 걱정”이라며 “가상자산사업자 심사 등 지연된 문제가 이미 많은데 개편되는 부처들이 어수선해지면 처리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