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의 정부 조직개편안이 확정되면서 법조계에서는 경찰 수사권을 견제하는 수단으로서 ‘전건 송치’(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결론과 관계없이 검찰에 송치) 제도 부활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직개편 이후 사실상 독점적인 수사권을 쥐게 될 경찰을 통제하기 위해 사건 종결권만큼은 검찰에 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의 불송치 건수가 증가했는데, 법조계에서는 사건 실체 발견에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첫해인 2021년 37만9821건에서 지난해 54만5509건으로 약 43.6% 증가했다. 경찰이 사건을 자체적으로 종결하는 경우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생겼다. 그전까지는 검찰이 모든 사건을 송치받아 검토했지만,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게 됐다. 검찰은 불송치 결정서를 받아본 뒤 1번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사건 기록 전체를 받아보는 게 아니라 경찰의 의견서만 받아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 건수는 지난해 1만4243건으로 전체의 약 2.6%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개편으로 검찰 직접수사 권한이 완전히 사라지고 경찰 수사권이 더 커지게 되면 권한 오남용을 막을 통제 수단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검찰의 재수사 요청 후 추가 증거와 혐의 규명 등이 이뤄져 기소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만큼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에 1차 수사권이라고 할 수 있는 수사개시권을 독점적으로 주게 되면 그 견제 장치로서 전건 송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수사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로 수사를 종결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경찰 권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1차 수사기관이 권한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입법 과정에서 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고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긴다는 측면에서도 전건 송치가 보완수사권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사라진 상황에선 전건 송치를 다시 살려서 경찰 수사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의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전건 송치는 이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형사법학회 등 국내 형사법 5개 학회에서 회원 110명에게 전건 송치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 51명, 반대 48명으로 반대 의견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반대 측은 전건 송치가 사실상의 수사지휘권으로서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양한주 신지호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