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석을 맞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역대 최대인 43조2000억원의 명절자금을 공급하고, 소고기 등 21대 성수품도 반값 할인을 받도록 지원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추석 계기 민생안정대책’을 보고했다. 구 부총리는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는 2% 내외로 관리되고 있지만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외식 가격은 여전히 높다”며 “이들 분야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자금 여력이 빠듯한 소상공인·중소기업에는 43조2000억원 명절자금을 공급해 숨통을 틔우기로 했다. 햇살론 유스·불법사금융 예방대출·최저신용자 보증부대출 등 서민금융 1145억원을 지원하는 대책도 내놨다.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성수품 구매대금 저리 대출 50억원을 공급하고, 자금 사정이 어려운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체불청산 융자 금리도 한시적으로 0.5~1.0% 포인트 낮춘다.
성수품 물가 안정을 위해선 배추·무·소·돼지고기·고등어 등 21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인 17만2000t 공급한다. 성수품과 선물 세트는 온·오프라인과 전통시장에서 구매할 때 최대 50%까지 할인 혜택도 줄 방침이다. 불법 유통이나 바가지요금 등 불공정 행위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점검한다.
아울러 이달 22일부터 4조7000억원 규모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발급한다. 9~11월엔 전년도 신용카드 소비액보다 20% 이상을 더 쓰면 월 최대 10만원씩 할인해주는 ‘상생페이백’도 도입해 내수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앞서 내놓은 정부의 민생 지원책은 소비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한국 경제가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정부의 소비지원 정책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소매판매 증가율이 약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경제동향에서 ‘경기 부진 완화’ 표현이 등장한 건 지난해 5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된 7월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4% 증가했다. 전월(0.3%)보다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2022년 1월(5.3%) 이후 42개월 만의 최대 증가율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7월 소매 판매가 올라온 것은 소비쿠폰이 지급된 영향이 컸다”며 “소비쿠폰의 영향이 실제 지표상으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