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검찰·사법개혁 속도전에 판·검사는 물론 검찰 수사관까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개혁 대 반개혁’으로 설정한 프레임에 정작 개혁 방향과 내용에 대한 숙의 과정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특히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다시 설계하는 개혁논의 과정에서 검찰·사법부의 현장 의견이 배제되고 있는 점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중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확정된 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는 개혁안에 반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이날 “정치권에서는 70년 이상 시행돼 왔던 형사사법 제도의 중요내용을 박살 내고 뜯어고치는 데 거침이 없다”며 “적개심으로 시작한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의 극심한 혼란과 막대한 예산 낭비, 국민의 피해가 훤하게 예상되는데도 막무가내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여권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다. 이주훈 대전지검 형사3부장은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의 수사결과를 뒤집은 사례를 소개하며 “내게 배당된 사건의 기소 여부를 확신하기 위해 추가 수사를 하는 행위가 권한이 아닌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지랖과 주제넘은 수사권 행사였다. 야근까지 해 가며 수사한 나의 어리석음을 반성한다”고 자조했다.
검찰 수사관 사이에서도 불안감은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검찰 수사관 A씨는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일을 해야 한다”며 “수사를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란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사법부 내에서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 사법개혁 이슈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중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동료 법관들과 사법개혁 관련 얘기를 나눠보면 여권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의 내용에 동의하는 법관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특히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부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정치권이 현실적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내란특별재판부를 구성할 때 선정 기준을 공개하면 줄 세우기 논란이 생기고, 공개하지 않으면 불투명한 선정 과정이 논란이 될 텐데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윤준식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