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기관인 환경부가 에너지 산업 진흥 다룰 수 있나”

입력 2025-09-09 18:43
사진=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담당 부서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두고 규제 기관인 환경부가 진흥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정책을 다룰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담당 부처가 쪼개지면서 중장기 안목을 갖고 수립해야 하는 에너지 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현행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할 계획이다. 산업부 소관 에너지 정책 중 석유·가스·석탄 등 자원을 제외한 업무가 환경부로 넘어간다. 화석연료 관련 조직은 산업부, 원전·재생에너지 조직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담당하는 안이다. 다만 원전 수출은 산업부가 담당한다. 9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에너지 정책 총괄인 2차관과 에너지자원실 산하 5개 국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으로 명패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중장기 국가 에너지 계획의 주도권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전력 수급, 전기요금 등의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 산업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출신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정책에서 탄소 중립은 부차적인 내용이며 수급이나 에너지 안보, 산업과의 연관성 등이 더 중요하다”며 “자칫하면 관련 산업이 전부 다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송·변전 인프라 설치 사업은 환경부의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5월 2038년까지 송·변전 설비 확충에 72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첨단전략산업 전력 공급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정부 구상대로 전력망 설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재생에너지를 중심에 두게 되면서 에너지 믹스(발전원별 전력 생산 비율)의 균형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분리하는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선진국 독일은 2021년 연방경제에너지부를 연방경제기후보호부로 확대 개편하며 경제·에너지 정책과 기후변화 정책을 결합했다. 하지만 올해 기후변화 기능을 다시 환경부로 이관했다. 프랑스도 지난해 비슷한 방식의 정부조직개편을 단행한 뒤 1년도 안 돼 각 기능을 원상 복귀시켰다. 손 교수는 “유럽도 거의 실패로 끝난 방식”이라며 “진흥과 규제가 한 바닥에 있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원전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자력학회는 이날 “원전 건설·운영을 환경 규제 중심의 부처에 맡기는 것은 안정적 공급보다 규제를 앞세워 필연적으로 원자력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