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정책 총괄부처 장관이 조지아주에서 구금된 한국인에 대해 ‘추방’이라는 표현을 쓴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한국인을 지칭한 발언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미국의 일련의 구금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며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DHS) 장관이 조지아주 불법이민자 단속과 관련해 “그들은 추방(deported)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미국의 발언을 잘 보면 한국인을 지칭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도 “놈 장관이 보고를 잘못 받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정부는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면서 “외교적으로 가장 강한 톤으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외교적인 용어가 아닌 강력한 항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 명도 빠짐없이 자진 입국으로 모시고 올 수 있도록 막바지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 일주일 만에 미국과 대대적 충돌이 발생하자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부터 나서서 직접 총력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후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갑작스러운 일에 많이 놀라셨을 텐데,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정부는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도 구금된 한국인의 조속한 귀환을 위해 전면 대응 중이다.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및 출입국 관계 연방정부 인사와 면담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국무부 외에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토안보부와도 소통하고 있다.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을 비롯한 외교부 현장대책반은 구금된 우리 국민 개개인의 자진 출국 의사를 확인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과 남은 교섭에서의 쟁점은 구금 인원의 재입국 시 불이익 여부다. 현장대책반 반장인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8일(현지시간) “자진 출국은 추방이 아니기 때문에 ‘5년 입국 제한’과 같은 불이익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인별로 비자의 종류, 체류 기간 등이 다르기 때문에 300여명 전원이 불이익 없는 자진 출국 조건을 보장받을지는 추가 파악이 필요하다. 또 적법한 비자를 갖췄음에도 구금 대상이 된 사례가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
대한항공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보잉 747-8i 전세기를 띄워 미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보낼 예정이다. 해당 항공기는 368석 규모로, 귀국 대상인 한국인 300여명을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다. 귀국길에 오르는 한국인은 조지아주 남부 포크스턴의 ICE 구금시설에서 차로 약 4시간30분(428㎞) 떨어진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해 전세기에 탑승하게 된다.
윤예솔 최예슬 김민영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