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검찰·사법개혁’ 속도전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반발 기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는 최근 ‘원대 복귀’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를 핵심으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예고된 상황을 고려한 움직임이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흔드는 행위”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 특검팀에 소속된 일부 파견 검사는 최근 특검 지휘부에 이달 말 일선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이 법무부 산하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설치,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가닥을 잡은 데 따른 것이다.
특검 내 파견 검사들 사이에서는 수사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염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간부는 “친정이 곧 없어지는 판국에 특검에서 수사할 마음이 들겠느냐”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를 못 하게 하면서 정작 특검에서는 검사들에게 과중한 수사 업무를 부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기소 통합’이 이뤄진 특검이 ‘수사·기소 분리’에 초점을 맞춘 현 검찰개혁 방향과 모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특검 내부에서도 정작 특검은 수사·기소 분리를 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평검사는 “특검에서도 경찰 중심의 수사가 이뤄지는 게 검찰개혁 방향에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검찰청 복귀를 희망한 검사들은 주로 ‘건진법사·통일교 게이트’ 수사팀에 소속된 인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추진을 두고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재판의 무작위 배정 원칙을 전제로 한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결과를 정해놓고 재판을 한다는 비난은 법원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지적”이라며 “특별재판부 전례가 생긴다면 사법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재판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수차례 제기됐는데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오는 12일 전국 법원장회의를 앞두고 각급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대법관 증원 등 여권의 사법제도 개편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한 고법 부장판사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에 대한 반대 여론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법원이 반성하고 개선할 지점도 많다”고 말했다.
구자창 박재현 윤준식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