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권수립일(9·9절) 77주년을 기념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내온 축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시작된 북·중 관계 개선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북한 노동신문은 9일 시 주석의 9·9 절 축전을 1면 하단에 보도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중·조 두 나라는 산과 강이 잇닿아 있는 전통적이며 친선적인 린방(이웃 나라)”이라며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두 당, 두 나라 관계발전을 위한 설계도를 공동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바로 왼쪽에 게재한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 기사보다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시 주석은 9·9절 때마다 북한에 축전을 보내왔다. 북한은 보통 시 주석의 축전 내용을 노동신문에 게재하면서 다른 국가수반의 축전보다 앞세워 보도했다. 그만큼 북·중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축전을 시 주석 축전보다 앞에 배치했다.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소홀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은 올해 초에도 시 주석의 새해 연하장 보도를 다른 국가수반들과 함께 묶어서 간략하게만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 축전을 1면에 실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번 보도는 북·중 관계 복원의 의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시 주석과 6년 만에 정상회담을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중국도 북한도 서로 관계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축전 내용을 5일 보도한 것도 시 주석 축전과 비교되는 점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두 축전을 같은 날 배치하면 어느 것이 더 먼저 보인다는 남한 보도를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8일(현지시간) 북·중 회담 관련 북한 보도에 관해 “과거 보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북·중이 아직 관계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내다봤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