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권을 없애고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의 법제화를 앞두고 개편 대상 부처들의 예산도 대대적인 수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예산 당국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정부조직 개편안의 내용과 시행 시점이 최종 확정되는 대로 관련 부처의 예산을 재편성하거나 예비비를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9일 “국회의 법안 처리 결과에 따라 추후 예산 반영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예산 재편성의 최대 관건은 78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 검찰의 수사권 박탈이다. 앞서 정부와 대통령실,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기소와 수사를 각각 담당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고,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1년 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에 배정되는 검찰 예산의 칼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 법무부 예산안으로 편성된 4조6973억원 가운데 검찰활동(3592억원) 및 법무및검찰행정지원(3조610억원) 예산 등은 축소되는 역할 규모에 따라 일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사, 수사관 등 기존 검찰 인력을 어떻게 재배치할지도 쟁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의 수사 검사는 약 1450명, 수사관은 2900명에 달한다. 전국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뀌는 가운데 중수청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중수청 수사 인력 채용 및 청사 신축 여부 등에 따라 추가 예산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수청을 어떻게 구성, 운영할지 국회에서 명확히 결정해야 비용 추계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런 조직(중수청)이 신설되는 건 처음이라 현재로선 참고할 모델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부처 예산을 재편해야 하는 기재부 역시 개편 대상에 올라있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 추계에 따르면, 기재부를 경제정책·세제 등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와 예산 기능을 전담하는 기획예산처로 나눌 경우 내년부터 5년간 총 476억원의 추가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신설될 기획예산처 장·차관을 비롯해 행정지원 인력 충원 등 인건비(379억8900만원)가 전체 비용의 80%에 달할 것으로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건비는 예정처 추정치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기획예산처가 입주할 건물의 임차료가 새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관련 예산도 환경부에서 확대 개편될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겨질 예정이다. 산업부는 내년 예산안 13조8778억원 중 재생에너지 대전환 예산 등으로 약 1조3000억원 등을 편성했다.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게 된 금융위원회도 금융 감독 및 소비자 보호 업무와 관련된 예산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개편 대상이 된 부처 실국의 예산이 다른 부처로 이체되는 방식으로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이누리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