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매관매직’ 수사 속도… 김상민·한덕수 조사

입력 2025-09-09 19:10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9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김건희 여사 측에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윤웅 기자

김건희 특검이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 김상민 전 부장검사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9일 조사했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에게 건네진 이우환 화백의 그림과 ‘나토 목걸이’ 사건 구조가 비슷하다고 본다. 김 여사는 목걸이를 가품이라고 주장했으나 추후 특검이 진품을 확보하면서 김 여사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 여사 측은 이 화백 그림이 위작이라는 입장이다. 특검은 김 여사 측이 혐의를 축소하려고 허위 주장을 펴는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한 전 총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각각 조사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 등을 청탁하기 위해 김 여사 측에 이 화백의 ‘점으로부터 No.800298’ 그림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에게 이 화백 그림의 구입 경위와 진품 인식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그림은 지난 7월 특검팀이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며 발견했다. 최근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와 한국미술품감정센터가 각각 해당 그림을 위작과 진품으로 엇갈려 판정하면서 그림의 진품 여부가 모호한 상황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조사에서 ‘김 여사 오빠 부탁을 받고 대신 사준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 여사 측이 해당 그림을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점에 주목한다. 김 여사 측은 “소장이력서가 없고, 구매처도 불분명하다. 위작이 맞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도 특검 조사에서 “이 화백의 그림은 위작이 많아서 나라면 사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김 여사가 모조품이라고 주장했지만 진품이 나온 나토 순방 목걸이처럼 이 화백의 그림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가 ‘혐의 회피용’ 진술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그림이 진품이고 물품 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상대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 변호사가 2022년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종묘 사적 이용 의혹’과 관련해 오는 12일 유경옥 전 대통령 행정관을 조사하기로 했다.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교폭력 무마에 김 여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에 착수했다.

차민주 박재현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