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한국 기술자 반드시 필요”, 현지 언론 “투자유치-이민정책 충돌”

입력 2025-09-09 18:37
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대사관 관계자들이 교섭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기업의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신규 공장 생산라인을 잘 아는 한국 기술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미국 전문가가 제언했다. 미 이민 당국의 한국인 300여명 구금 사태를 놓고 미 행정부가 핵심 정책 사업들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해 발생한 결과라는 지적이 현지 언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아리우스 데어 공보국장은 8일(현지시간) KEI 홈페이지 글에서 “(미국이)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올 합법적 경로를 확대하지 않으면 좋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통로를 스스로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투자) 프로젝트들은 한국의 초기 노하우 없이는 즉시 가동될 수 없다”며 “생산라인을 잘 아는 한국 기술자들이 필요한 준비 기간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데어 국장은 미 의회가 초당적 법안을 통과시켜 한국을 위한 전문직 비자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05년 별도 입법을 통해 호주에 연간 1만500명 E-3(전문직 취업) 비자를 부여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예측 가능한 비자 쿼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가 노동 허가 절차를 면제받는 ‘인력 부족 직업 목록’에 공장 자동화 기술자 등을 포함시키거나 기존 B-1(단기상용) 비자, J-1(교환연수) 비자를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한국 대기업이 중소 하도급 업체의 비자 준수 여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불법 이민자 단속과 미국 제조업 부흥이 충돌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책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자기 목표에 스스로 걸려 넘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미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부을 외국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공장 설립 노동자를 들이는 방안에 대한 조율이라는 게 아예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 진출한 아시아 기업들이 전문 기술 인력 비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이번 단속이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